조달청에 불공정 행위로 적발된 조달기업은 지난해 한 해만 104개에 이른다. 가격을 속여 판 20여개 기업을 찾아내 받아낸 부당이득액만도 45억 규모다. 고의로 가격을 부풀려 납품한 행위는 세금을 도둑질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 지갑에서 야금야금 돈을 빼내 나라살림을 좀먹는다. 원산지 위반의 폐해도 이에 못지않다. 국내산보다 저급의 수입품을 납품 해 조달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국내 고용도 줄어든다. 그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기반도 약화되기 마련이다.
조달기업의 불공정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불공정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적인 조사권한이 없는 조달청이 겪어야 한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피조사기업의 동의와 협조를 받아 조사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피조사기업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인 경우에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못했다. 또한 피조사기업이 작성한 문서나 자료를 제대로 열람하거나 충분히 살펴볼 수가 없어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 조달청이 요구한 자료의 제출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피조사기업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지난 정기국회에서 조달청이 불공정 조달행위 조사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조달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조달청이 조사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기업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으나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불편함보다는 범죄·사고 예방 효과가 훨씬 더 큰 CCTV처럼 순기능이 더 많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골목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이 이번 조사권한 강화는 불공정 조달행위 예방에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본다.
불공정 조달행위에 대한 조사권이 비양심적인 기업을 퇴출시키고 선량한 기업의 수주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 조달청의 조사권이 올바르게 사용돼, 조달시장에서는 더 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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