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도 '초저가' 슈트…9만9900원짜리 남성 정장 불티
경기불황에 대용량 화장품 수요도 늘어…전년대비 30%↑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장기화되고 있는 경제 불황 속에서 같은 가격이라도 더 큰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면서 올 한해는 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가성비'가 유통업계 핵심어가 됐다.
29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유통·제조업계 임직원들은 올해 유통업계 10대 뉴스 중 하나로 '가성비 트렌드의 확산'을 꼽았다. 불황이 길어지고 저성장 기초가 고착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편의점 커피는 올 한 해 국내 커피시장을 뒤바꿔놓았다. 가격, 맛, 입지 등의 경쟁력을 앞세운 편의점 커피가 입소문타기 시작하면서 커피시장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지난해 1월 원두커피시장에 본격 진출한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올해 누적 판매량 1000만잔을 돌파했다. 세븐카페는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전자동 '드립 방식' 추출 커피다. 세븐일레븐은 세븐카페를 연내 4500점으로 50%가량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계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각자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성비 좋은 메뉴들을 내놓아 차별화 전략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가성비 트렌드는 패션업계에서도 이어졌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2016년 패션산업 10대 이슈'를 발표하면서 '가성비'를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았다. SPA 브랜드의 영향으로 저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겨냥해 남성복 시장은 초저가 슈트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랜드 리테일은 최저 9만원에서 19만원대의 슈트 브랜드 엠아이수트를 론칭했고, 롯데백화점은 9만8000원부터 39만8000원의 중저가 남성 정장 브랜드인 맨잇슈트를, 티몬은 5만~6만원대 남성 정장 브랜드를 출시했다.
특히 이랜드의 엠아이수트는 론칭 직후 1호점 일매출이 6100만원을 기록하며 목표치의 20%를 초과 달성했다. 가장 인기 있었던 품목은 브랜드의 핵심 상품인 9만9900원 스파이 수트로, 오픈 당일에만 330장 팔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화장품 역시 대용량 제품 등이 인기를 끌면서 가성비 트렌드에 가세했다.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이 올 4분기(10월1일부터 12월 20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대용량 화장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값이면 용량이 많은 제품을 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킨케어의 경우, 올리브영에서 가장 용량이 큰 ‘식물나라 제주 탄산수 딥 클렌징 폼’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140% 늘었고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서도 55% 증가했다. 500㎖ 용량에 9000원대인 ‘하또무기 스킨 컨디셔너’도 4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1만원대 대용량 올인원 제품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세타필의 경우 최근 한달 매출이 전월 대비 150% 뛰었다. 바디크림도 기존 200㎖ 용량에서 400㎖ 이상 제품의 판매량이 월등히 높았다. ‘더마비 울트라 모이스처 바디크림’은 200㎖ 제품에 비해 430㎖ 제품이 최근 한달 새 6배나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겨울철 인기 품목 중 하나인 핸드크림 역시, 100㎖ 대용량인 ‘카밀 핸드 앤 네일크림 클래식’이 핸드크림 중 최근 한 달 가장 많이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대비 용량이나 만족도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존 상품 대비 저렴하고 실속 있는 대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경기 불황을 실감케 한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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