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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입사시험은 '사생활 침해' 甲

최종수정 2016.12.11 09:27 기사입력 2016.12.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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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지원자 폭로…온라인 입사 시험 치르려면 실시간 위치, 방안 전체 공개해야

아마존이 구직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온라인 입사시험을 치러 구설수에 올랐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아마존이 구직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온라인 입사시험을 치러 구설수에 올랐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세계적인 온라인유통업체 아마존의 입사 시험이 구직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사실이 폭로돼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쉬번 콜 사힙이라는 미국인 컴퓨터 엔지니어가 아마존의 온라인 면접시험을 봤던 경험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사힙은 아마존의 입사시험이 "그야말로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힙은 총 2번의 면접시험을 봤다. 첫번째는 인턴십에 지원했을 때다. 온라인으로 서류 접수하고 수 개월 후 회사로부터 시험문제가 담긴 한 통의 메일이 왔다. 하나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머들의 입사시험 문제로 코드를 디버깅하거나 논리 오류를 바로잡는 문제 7개를 24분안에 풀어야 했다. 두 번째 시험은 논리적 추론 문제 24개를 35분간 푸는 것이었다.

첫번째 시험을 치르고 나서 잠시 후 두번째 시험이 시작되었다. 두번째 시험은 온라인 테스트 대행 서비스인 '프록토리오'를 통해 치러야 했다. 사힙은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프록토리오' 확장 기능을 설치하고 익명 접속 모드로 설정한 상태에서 시험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시험 때 준수해야 할 사항이 굉장히 다양하고 엄격했다. ▲조금이라도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면 시험은 자동종료 ▲시험 중 클립 보드를 사용 금지(복사, 붙여 넣기 기능은 사용 불가, 현재 클립보드 저장 내용 삭제 ▲시험 도중 다른 윈도창을 열지 못함 ▲다른 창들을 모두 닫기 전까진 시험을 시작할 수 없음 ▲마우스 오른쪽버튼 클릭금지▲테스트 내용 인쇄 금지 등의 제한 사항이 있었다.
또한 테스트 도중 상당량의 개인 정보가 노출됐다. 마이크, 웹 카메라, 현재 위치, 클립 보드, 마우스 위치, 브라우저의 크기, 브라우저 탭과 창, 응시자의 머리, 눈, 입의 움직임, 바탕화면 전체 내용, 방문한 웹 사이트, 실행중인 다른 응용 프로그램, 연결된 모니터의 수 등이 실시간 감시 대상이었다.

사힙은 현재 자신의 위치와 실행중인 프로그램 등의 정보가 공개되는게 불편해 아마존의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라인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법의 면접을 보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측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사힙은 이후에 다시 한번 아마존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로 응모했다. 시험은 온라인테스트 대행 서비스 프록터유(ProctorU) 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인턴십 시험 때보다 더 많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있었다. 사힙이 원격제어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뒤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으면, 감독관이 그의 PC를 아예 원격으로 조종했다. 사힙은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감독관이 화면 속 프로그램을 차례차례 종료시키는 모습은 사람에 따라 굉장히 공포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웹 카메라를 통해 사힙이 있는 방도 점검했다. 감독관이 "컨닝 도구가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책상을 치워달라"고 요구하자 사힙은 "그럼 차라리 침대에서 시험을 치르게 해 달라"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감독관은 "좋다. 그럼 도구를 숨기고 있지 않은가 침대 시트를 떼어 그 안을 보여달라"라고 맞받아쳤다. 감독관은 펜과 종이는 사용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도 응시자 등 뒤쪽의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두라고 말했다.

노트북 웹캠으로 방안 전체를 360도로 돌며 보여 달라거나, 현재 앉아있는 의자의 바닥쪽을 보여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런 요구를 모두 들어준 후에야 비로소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시험과 시험 사이에는 5 분간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됐다.

이후 실제 업무시의 위기대응능력을 보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치러야 했으나 오류로 인해 제대로 시험을 볼 수 없었다. 사힙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험을 중단했다. 그리고 와이파이 신호를 끊은 채 아마존이 테스트를 위해 원격으로 설치했던 모든 감시프로그램을 지우고 보안단계도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그는 "진짜 아마존에 들어가면 이렇게 사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침해하는 노동 환경에 처하는 게 아닐까"라고 우려했다.

한편 아마존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채용시험 외에도 여러 불합리한 인력 운용으로 잇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 물류 창고의 가혹한 노동 환경이 한 외신 기자의 잠입 취재로 폭로되기도 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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