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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박근혜와 노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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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무너지다'와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

신문에는 마감 시간과 마감일이 따로 있다. 신문에 실리는 책 소개 기사는 대개 하루나 이틀 전에 마감한다. 출판사에서 공들여 만든 책이 마감일 이후에 오면, 대개 간직했다 다음 주 지면에 게재한다. 때로 기사가 밀려 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면에 게재할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이런 책은 매우 아깝다.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홍보가 되지 않아 아쉽겠지만 신문사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트를 수용하지 못하니 손해다. 그런 책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여기 모은다. <편집자주>

박근혜 무너지다

박근혜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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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무너지다(정철운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한국 현대사에서 최초로 언론에 의해 불의(不義)한 국가권력이 무너지는 오늘은 한국 언론사(史)에서도 매우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TV조선이 시작하고, 한겨레가 키우고, JTBC가 파헤친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대한민국은 박근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합세하여 현 정권에 대해 공동전선을 펼치는 이러한 광경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보기 어려울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책은 독선적 정부와 언론-시민 연합군 사이의 전투가 2016년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20일에 걸쳐 진행된 숨 가쁜 ‘전투’ 현장을 담았다. 10월 7일은 한 누리꾼(SBS CNBC 김형민 PD)이 페이스북에서 모든 포스팅 끝에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을 제안하여 큰 호응을 얻은 날이다. 해시태그운동은 수많은 누리꾼과 시민들을 규합하면서 언론보도에 결정적인 자극을 주었다. 시민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참여로 일부 언론의 반란은 이내 혁명이 되었다.

대통령 퇴진의 ‘전반전’이 끝난 날은 10월 26일이다. 박근혜 권력은 사실상 이날 골대가 무너져 내렸다. 전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데 이어, 당일인 26일에 새누리당은 최순실 특검을 수용했다. 게다가 이날은 공교롭게도 37년 전 아버지 박정희가 철권통치를 휘두르다가 사망한 날이자, 보수언론의 상징인 조선일보조차 “부끄럽다” 네 글자를 사설로 내보낸 날이기도 하다. 1987년 6월 항쟁이 대학생과 넥타이 부대가 결합해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면, 이 책이 기록한 2016년 ‘한국의 명예혁명’은 언론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승리의 역사다.” (이상 출판사 책 소개)

(사족) 그런데, 잘 모르겠다.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거나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3일 광화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촛불은 변함없이 활활 타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대통령은 졌다고 생각할까? 촛불은 안전하게 월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출판의도가 뭘까? 승리를 낙관하고 뭔가 선점하려는 걸까? 혁명도 안 되고 방도 못 바꿀지 모른다는 불안감, 가불한 불만이 기관지를 메워가는 이 시간에 왜 이 책이 나왔을까. '무너지다'란 제목은 사뭇 선정적이고 들떠 있다. 모쪼록 ‘성지글’이 되기를.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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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사람들의 얼굴(노천명 지음/스타북스/1만8000원)
‘사슴’의 시인 노천명은 뛰어난 수필가이기도 하다.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공개 수필 작품 열다섯 편을 비롯, 평생에 걸쳐 집필한 수필 115편을 모두 수록하였다. 이들 수필에는 강렬한 여성 의식이 깔려 있다. 이 수필들을 통해 노천명은 여성이 정당하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가부장적 담론에 빠져 있는 남성 중심 사회를 향해 당당하고 용기 있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둣빛 수채화 같은 글 솜씨로 슬픔, 눈물, 고통, 외로움, 저항을 행간마다 촉촉하게 적어 놓았다. 시인 정지용은 노천명 수필을 가리켜 “슬프고 정겹고 향기가 나는 글”이라고 극찬했다.

노천명은 생전에 수필집을 두 권 출간하였다. 그 두 권의 수필집에 미처 수록하지 못한 수필이 그 당시 신문 잡지 등에 흩어져 있다. 이 수필들을 찾아 정리하여 ‘노천명 수필 전집’에 넣었다. 그중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 ‘작별은 아름다운 것’, ‘책을 내놓고’, ‘진달래’, ‘마리 로랑상과 그 친구들’, ‘내 한 가지 소원이 있으니’, ‘노변야화’, ‘오월의 색깔’, ‘결혼? 직업?’, ‘정야’, ‘교장과 원고’, ‘피아노와 가야금’, ‘화초’, ‘예규 공청’, ‘선경 묘향산’ 등 열다섯 편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제까지 알려진 노천명의 수필은 대부분 고향 황해도를 그린 서정적인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노천명 수필 하면 ‘고향=눈=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 온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 여성과 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많다. 노천명은 가정과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살기를 원하였다. 노천명의 시는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처럼 ‘고고하고 외롭다’는 특징이 있다지만 수필은 오히려 그 고독을 사랑하고 즐길 것을 권한다. 그녀는 ‘고독은 더 이상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나는 적적한 것과 잘 사귀고 또 좋아질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독신으로 살다 간 노천명은 자신의 글에 대해 “구두를 닦는 소년의 손이 오리발처럼 얼어 가지고 영하 15도의 혹한을 극복하며 결사적으로 구두를 닦아 내듯이, 나는 시장기를 참아 가며 때로는 가슴이 꽁꽁 얼어 들어오는 고독한 환경에서 글을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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