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하기 전 한 번이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아시아경제(대구)=이현주 기자]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가 빼앗길 상황인데 집회에 나와서라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만큼은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겨울 소낙비도 대구 시민들의 성난 민심을 막지 못 했다. 26일 제4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대회가 열린 대구 중앙로 반월당네거리는 우산을 쓴 채 참여한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집회 현장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연령대의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연인, 고등학생, 대학생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했다.
수성구 파동에 사는 정모(여·55)씨는 이날 처음 집회 현장을 찾았다. 정씨는 "정말 나라를 위하면 이제는 내려와야 한다"면서 "그래도 여기 나오면 4900만명에서 하나는 빠지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를 자기 집이라 생각해서 나오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하야하라는 얘기를 못 해서 못 나온 건지 생각 좀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에 갔던 정씨의 남편도 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가족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김재석(달성고 2학년)군은 "뉴스만 보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현장에 참여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현장 열기가 더 뜨겁다"고 말했다. 김 군은 이어 최순씨의 딸 정유라씨의 대학 입학 특혜에 대해 "부당하다"며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경북 김천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THAAD·사드) 배치 반대와 함께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성호(55)씨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집회에 참여했다. 정씨 곁엔 우산을 든 채 걱정스러운 얼굴의 아내와 태어난 지 1년6개월 된 아기가 유모차에 누워 있었다. 정씨는 "사드가 최순실씨가 연루된 방산 비리에도 연관돼 있는 것 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왔다"며 "한심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북대학교 지리학과에 재학 중인 임해솔(여·13학번)씨는 "대통령이 내려오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참여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이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대구=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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