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떨어지면 갈 곳 없어"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13일 오후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7층. 영업을 종료한 지 100일 가량이 지났지만 '언제 운영하나', '왜 문을 닫았나' 등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수차례 걸려왔다. 가이드 없이 발걸음한 중국 개별 관광객들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당초 면세점으로 운영되던 이곳은 폐점 이후 키오스크를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온라인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베스트 상품도 전시하고 있다.
같은 날 광진구에 위치한 SK네트웍스가 운영했던 워커힐면세점 공간도 상품과 직원들이 모두 철수해 쥐죽은 듯 조용했다. 면세영업을 했던 지하 1층은 지난 5월 문을 닫은 이후 텅 빈 진열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해 1000억원을 들여 확장공사를 한 지상1~2층도 집기 하나 없이 텅 빈 상태였다.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입찰전을 앞둔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직원들의 표정이 복잡하다. 이들은 올해 말 발표되는 총 4장(대기업 3개ㆍ중소중견 1개)의 특허권 향배에 따라 직장을 되찾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생사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월드타워점 잔류 인력들은 기존 면세점이 있었던 공간에서 고객 클레임, 반품진행 등 잔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키오스크 홍보관에서 근무 중인 롯데면세점 직원 구모(41ㆍ여)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 쉬고, 반 근무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을 때 가족, 친구들이 쉬지 말라고 말렸다"며 "자의 반 타의 반 쉬었지만 첫 한 달간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어색해서 회사에 남아 근무했다"고 전했다.
13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면세점 2층 모습.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000억원을 들여 지하1층부터 2층까지 확장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나, 사업권 수성에 실패하면서 현재 텅 빈 채로 남아있다.
원본보기 아이콘롯데면세점에서 근무하던 총 1300명의 인력들은 폐점 이후 현재 뿔뿔이 흩어졌다. 정직원 중 잔류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타 점포 영업점으로 부서 발령을 받아 일하고 있다. 영업판촉사원들은 특허권을 획득하면 기존 근무지로 돌아오는 조건을 약속받고 타점으로 이동했다. 타점포로 이동한 대부분의 인력들은 기존 직급을 포기하고 보충인원(헬퍼)으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에 입점된 중소브랜드 직원 김모씨(28ㆍ여)는 "월드타워점에서 1년간 근무하다 영업종료 후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마련된 임시 팝업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떨어지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직원 박모(39ㆍ여)씨는 "월드타워점 오픈부터 영업종료까지 함께 한 직원들이 출정식에 참여해 올 연말에 좋은 소식 있게 해달라고 염원했다"며 "재개장만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한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 면세점은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 특허 입찰전에서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해 영업을 종료했다. 두 업체는 올해 말 있을 추가 특허권 입찰전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4곳, 부산 1곳, 강원 1곳 등 총 6곳에 달하는 신규 시내면세점에 대한 특허 취득의 최종 승자는 12월13일 전후에 가려진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