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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3만명①]"배고파서"는 옛말...'이주형'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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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관계 부처들은 긴밀하게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관계 부처들은 긴밀하게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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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국내 들어 온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의 수가 다음달에 3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탈북자들의 성향도 바뀌어 "배고파서"에서 "잘 살기 위해"로 바뀌는 등 이른바 '이주형' 탈북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3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10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4명)보다 21% 늘었다. 2011년 말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민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09년 2914명까지 늘었던 탈북민의 수는 2011년 2706명, 2012년 1502명, 2013년 1514명, 2014년 1397명, 지난해 1276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탈북의 증가세가 체제 균열의 '신호탄'으로 보는 북한 당국의 국경 통제와 탈북 처벌 강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은 2만9830여명이다. 최근 탈북 추세를 고려할 때 11월 중순쯤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을 것으로 통일부는 전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탈북의 동기 변화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중 접경지대 등에서 남한 쪽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늘면서 새로운 삶을 위한 '이주형' 탈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즉 과거와 비교하면 경제적 이유로 탈북하는 사례는 줄고, 정치체제 불만과 자녀교육 등 비경제적 이유로 탈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수료생을 대상으로 탈북 동기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탈북했다는 응답은 2001년 이전 66.7%에서 2002~2005년 57.9%, 2006~2009년 47.3%, 2010~2013년 40.1%, 2014~2016년 12.1%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자유 동경',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 '가족 상봉' 등을 탈북 동기로 답변한 비율은 2001년 이전 33.3%에서 2002~2005년 42.1%, 2006~2009년 52.8%, 2010~2013년 59.8%, 2014~2016년 87.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탈북 추세의 변화와 함께 탈북민의 학력 수준도 상승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 있을 때 대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했던 탈북민의 비율은 2011년 5.7%, 2012년 5.3%, 2013년 6.6%, 2014년 6.6%, 2015년 7.3%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연합뉴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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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주형 탈북'의 경우 최근 북한 엘리트 계층에서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핵심 엘리트 중 지난 7월 귀순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꼽힌다. 태 공사는 현재까지 한국에 온 최고위급 북한 외교관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데 앞장섰던 태 공사가 가족을 데리고 한국행을 택한 것은 국내외에서 큰 파장을 낳았다.

지난달 말에는 보건성 1국 출신의 베이징 주재 북한대표부 간부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가족의 전용 의료시설을 관할하는 중요 임무를 맡았다.

핵심 권력기관에 몸 담았던 고위급 인사의 탈북도 눈에 띈다. 지난해 북한 내 주민 동향감시와 '반혁명분자' 색출 임무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성)의 국장급과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대좌(대령)가 탈북해 입국했다.

하지만 북한 엘리트층을 포함해 이 같은 탈북의 증가세가 '체제 균열'로 직결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탈북 촉구' 발언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핵심은 탈북자 수가 북한 체재 변화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의 탈북 촉구 정책이 어느 정도 북한 당국에 시그널을 줄 것 같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부의 탈북 촉구 정책이 과연 대상자인 북한 주민에게 다가갈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탈북민 3만명이라는 숫자가 따지고 보면 현재 북한 경제 및 정세 불안 요건을 감안하면 많은 것은 아니다"며 "탈북 촉구 정책은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내부 단속을 할 수 있느냐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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