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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力은 國力] AI 비서 국내 첫 출시…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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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力은 國力] AI 비서 국내 첫 출시…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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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배려 '호의적 차별' 받는 순간에 남녀 격차
무딘 성격 탓에 남초분야서 20년…'아니다' 싶을 땐 NO
묵묵히 일해 얻은 성과, 결국은 남들도 알아주더라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SK텔레콤 은 최근 말 귀를 알아듣는 '신통방통'한 스피커 하나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비서 '누구'다. 이 기기는 주인의 기분에 맞는 음악도 추천해주고, 오늘의 날씨와 뉴스도 알려준다. 국민야식 치킨ㆍ피자도 주문해주고, 직접 노래도 불러준다. 아직 1만대 정도 팔렸을 뿐이지만, '누구'의 출시는 '알파고' 이후 말만 무성했던 AI를 일반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이 '누구'를 공개한 것은 최근 구글의 알파고, IBM의 왓슨 등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AI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신기술의 영역으로 쉽게 상용화시키기 어려운 까닭에 경쟁사들이 주춤하고 있는 동안 SK텔레콤은 100% 자체 기술로 AI 비서 서비스를 일찌감치 구현했다.
◆SK텔레콤의 미래를 이끄는 그녀

이런 고도화된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바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이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상무)이 총 책임을 맡고 있다.

미래기술원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업 솔루션 등 SK텔레콤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장애예측, 가입자 분석, 잘못된 접근 발견, 데이터 처리 등 약 2665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들도 책임지고 있다.
박 원장은 1993년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첫 직장으로 SK텔레콤 중앙연구원에 입사했다. 이후 20년 넘게 쭉 SK텔레콤 한 회사에 몸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해 네트워크전략팀, 기술전략팀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미래기술원장직을 맡고 있다.

"제가 처음 입사를 하고 한창 실무를 할 때는 이동통신이 운이 좋게도 급성장하는 시기였다. 하룻밤 자고 나면 갑자기 막 가입자가 늘어나 있고, 매출액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뭘 해도 신났던 때다."

무딘 성격 탓에 남초 지대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ㆍ개발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 남성 동료들과 같이 하는 일이 오히려 더 편한 점도 많았다.

"남자 연구원들과 차별같은 것은 못 느꼈다. 무딘 성격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또 만약 차별이라고 느끼면 대놓고 얘기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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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할 수 없습니다"…'NO'를 외치는 당당함


일례로 입사 초기에 박 상무가 빠진 회식자리에서 업무 분장이 이뤄졌던 적이 있었다. 그는 다음날 팀장 자리로 걸어가 당당히 외쳤다. "이 업무 분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 의견을 안 물어 보셨기 때문에 다시 얘기하셔야 합니다."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이지만 '아니다' 싶은 일에는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옛 상사들은 그에 대해 "네가 좀 별났지"라고 평가한다. 또 웬만한 스트레스는 "반사 또 반사"라고 했다. 자신만의 강한 방어막이 사회생활에 큰 무기가 됐다.

"사회생활서 어느 정도 자기만의 방어막이 있어야 되요. 장벽이 너무 심하면 다른 사람과 소통을 못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적절한 방어벽은 필수죠. 너무 예민하면 상대방이 주지 않은 것까지 증폭시켜서 생각해서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의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20년 넘게 일을 해왔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부산 할머니댁에서 크던 아이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직장생활로 번 돈은 고스란히 시부모님과 둘째를 봐주는 베이티시터에게로 들어갔다. 이런 저런 상황이 그가 사회생활을 지속하는데 장애물로 다가왔다. 그러나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 욕심이 그를 붙잡았다. 묵묵히 뒤에서 일하는 그를 회사는 인정해줬다.

◆묵묵히 일한 성과…남들도 다 알더라

"정말 기억에 남는 일이 EVDO라는 새로 나온 데이터전용망을 도입하려고 할 때 7∼8개월 동안 상용화를 위해서 목표를 세워서 끌고 갔다. 시연에 성공하고 나서 신문이나 어디에도 저희 흔적은 없었다. 저는 이 프로젝트의 구멍이 생기면 메우면서 전반적인 관리를 도맡았다.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고 남들은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해 말에 특진을 했다. 모르는 것 같아도 남들이 다 알더라."

물론 직장생활에서 내맘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한때 SK텔레콤 가입자들만 가질 수 있었던 앞 번호(011)가 있었다. 정부 정책으로 이 번호를 타사로 이동하면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결국에는 '011'이 사라지고 '010'으로 통합됐다. 그 과정에서 번호이동 유예에 실패해 팀장과 마찰이 일기도 했다.

"SKT 입장에서는 방어를 해야 했다. 기술적으로 번호이동이 힘들다는 것을 근거로 유예라도 시키라는 미션을 받았는데 그게 잘 안됐다. 상대도 기술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주장만 할 수가 없었다. 다녀와서 팀장님한테 혼이 났는데, 나도 정말 큰소리로 눈물을 흘리면서 열을 냈다."

또 한 번은 회식자리에서 "너 일을 그렇게 해서 되겠니"라는 팀장의 한 마디에 "저, 이제 회사 안다닙니다."하고 박차고 나와 회식자리 주변을 한 시간 동안 배회한 적도 있었다. 본인도 실마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던 프로젝트였기에, 팀장의 말이 '불씨'가 됐다. 하지만 그렇게 부대끼며 함께 일해 온 상사들이 이제는 그가 힘들때 상의를 할 수 있는 큰 언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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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돼 보니 '상사 마음' 알겠다


"지금 제가 리더가 돼 보니 그 분들의 마음을 알겠다. 후배가 정말 앞뒤 맥락없이 그렇게 나오면 정말 황당하죠. '쟤가 힘들구나'하고 이해를 해주셨는데, 그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제가 힘들때는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답을 찾게 된다. 해법도 주시고 완급조절도 해주신다."

남녀를 떠나 서로 부대끼고 또 협력하면서 '먼 길'을 함께 걸어왔다. 박 원장이 치열하게 버티고 다져온 길. 임원 승진 소식을 들은 그 순간에는 지난 20년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고, 그것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여성들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은 거의 없다. 리더들은 여직원들을 더 케어하고 여성 직원들을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호의적인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자라고 힘든 일에서 제외하는 것. 협상도 해야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일들에서 좋은 뜻으로 제외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5년이 지나면 남녀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현장도 나가고, 야근도 하고, 선배한테 야단도 들어가면서 '독하게' 배운 남성 인력과 '호의적인 배려'를 받은 여성 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도 모르는 방식으로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리더가 일감을 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그 순간부터 리더의 트레이닝은 시작된다고 그는 조언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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