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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노와 이주영, 오바마의 '초췌한 얼굴정치'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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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때 일본 관방장관, 세월호 사건 때 해수부장관, 그리고 퇴임 앞둔 미대통령 사진


일러스트 좌측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브리핑을 진행한 관방장관 에다노 유키오, 우측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팽목항을 지켰던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일러스트 좌측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브리핑을 진행한 관방장관 에다노 유키오, 우측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팽목항을 지켰던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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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얼굴은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한 사람이 걸어온 인생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얼굴을 통해 우리는 그를 짐작하고 추측하며 읽어내려 든다. 직접 대면하고, 말을 섞지 않고서야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를 평가하다 보면 오류가 생기기 십상. 이것을 흔히들 ‘첫인상의 오류’라고 하나, 이젠 그 타고난 역사를 왜곡(?)하는 성형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거리 곳곳엔 예쁘고 단정한 군상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인의 얼굴은 표심으로 직결되진 않지만, 중앙무대에서 그가 활동하는 동안 그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 그대로 실제적 활동 못지않게 그의 외모는 곧 그의 활동성과의 반증이 된다. 여기 두 명의 장관의 초췌한 모습을 통해 한 나라를 휩쓸었던 재난과 이에 대한 공무원의 책무를 떠올려 본다. 지난달 경주에 닥쳐온 지진의 충격은 바다 건너 이웃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지진에 대한 공포와 무방비에 가까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 그 중심엔 2시간 마다 브리핑을 진행하며 100시간 넘게 잠들지 않은 사나이, 에다노 유키오가 있었다.

3월 11일 사고 발생 후 3월 14일 부터 매일 2시간 간격으로 생방송 브리핑을 진행하던 에다노 장관의 모습

3월 11일 사고 발생 후 3월 14일 부터 매일 2시간 간격으로 생방송 브리핑을 진행하던 에다노 장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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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no_nero (에다노 자라)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정전상태에서 원자로가 녹아내리며 순식간에 건물 4개가 폭발하는 재난현장으로 돌변했다. 당시 관방장관이던 에다노 유키오는 비상사태 시 총리를 대신한 브리핑과 내각 총괄 사무를 담당하며 원전사고 현장의 상황을 시시각각 국민 앞에 보고했다.

변호사 출신에 깔끔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알려졌던 에다노 유키오 중의원은 2011년 간 나오토 내각의 부분 개각 당시 관방장관에 임명되며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변호사 출신에 깔끔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알려졌던 에다노 유키오 중의원은 2011년 간 나오토 내각의 부분 개각 당시 관방장관에 임명되며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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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전 에다노 전 장관의 이미지는 변호사 출신의 깔끔하고 단정한 신사였는데, 2시간에 한 번씩 브리핑을 진행함과 동시에 후쿠시마 사태 수습에 대한 업무를 보느라 그의 행색은 단번에 초췌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이 제기됨에 따라 업무 하중이 늘어난 그는 결국 사고 발생 이후 100여 시간 동안 잠들지 않고 브리핑과 사무업무를 수행했고 그의 초췌한 얼굴을 하루에 몇 번이고 실시간으로 마주한 국민들 사이에선 “에다노, 자라”라는 여론이 형성됐을 정도. 당시 트위터에는 #edano_nero (에다노 자라)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며 그를 향한 격려 메시지가 쇄도했다.

최근 한 행사장에 참석한 에다노 중의원의 모습. 예전의 미모(?)를 많이 되찾은 느낌이다.

최근 한 행사장에 참석한 에다노 중의원의 모습. 예전의 미모(?)를 많이 되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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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주 지진 발생 후 기상청의 지진 대응 매뉴얼에 장관 보고는 가급적 아침에 하라는 문구가 실려 새삼 에다노 장관이 주목받는 일이 생겼다. 물론 이후 일본 정부의 지지부진한 후속대책으로 인해 에다노 장관의 당시 격무에 대해 ‘사람은 성실한데 무능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이어졌지만, 최소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모습은 우리 정부에게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모습이었기에 다시금 그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당시 세월호 사고 후 머리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긴 이주영 장관은 정치적 쇼맨십이란 비난에 시달려야했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당시 세월호 사고 후 머리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긴 이주영 장관은 정치적 쇼맨십이란 비난에 시달려야했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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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지킴이 이주영

판사 출신 4선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될 당시 여론의 반응은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가 부처 장관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였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 맹골수도를 지나던 여객선 ‘세월호’가 뒤집혀 침몰하는 해난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주영 장관은 임기 시작 1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장관 취임 전 이주영 의원은 판사 출신 정치인으로 당내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친박계의 지원사격을 받는 중진 의원이었다. 그런 그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 될 당시 전문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으나, 해안도시인 지역구에서의 오랜 활동을 피력하며 이내 논란을 잠식시키기도 했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장관 취임 전 이주영 의원은 판사 출신 정치인으로 당내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친박계의 지원사격을 받는 중진 의원이었다. 그런 그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 될 당시 전문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으나, 해안도시인 지역구에서의 오랜 활동을 피력하며 이내 논란을 잠식시키기도 했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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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장관은 문책 0순위로 비난과 손가락질 속에 사퇴하는 것이 수순이나 이주영 장관은 사건 발생 후 팽목항으로 내려가 9월 청사로 복귀하기까지 136일간 실종자 가족과 아픔을 함께하며 현장 수습에 전력을 다했다.


장관직 사임 후 20대 국회의원에 당선 된 이주영 의원은 지난 9월 2일 세계스카우트의원총회에서 임기 3년의 부총재로 선출되며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장관직 사임 후 20대 국회의원에 당선 된 이주영 의원은 지난 9월 2일 세계스카우트의원총회에서 임기 3년의 부총재로 선출되며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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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매일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돌며 실종자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슬픔을 함께했다. 잠은 진도군청 내 간이침대에서, 식사는 간단한 김밥으로 때우며 늘 현장을 지켰다. 그사이 이발을 하지 않아 백발이 성성하고, 수염도 깎지 않아 덥수룩한 그의 모습은 흡사 도인과 같았는데, 처음엔 이를 두고 쇼맨십이라고 비난하던 여론도 이내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우리 장관님’, ‘팽목항 지킴이’라는 호의적 별칭으로 바뀌어나갔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그해 해수부에 사상 최대의 예산을 끌어오면서 ‘실세 장관’으로도 업무적 성과도 올리며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미국 '뉴욕 매거진'에 게재된 오바마의 사진. 8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얼굴에서 그간의 많은 사건과 대통령으로서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뉴욕 매거진'에 게재된 오바마의 사진. 8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얼굴에서 그간의 많은 사건과 대통령으로서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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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비교 사진이 최근 화제가 됐다. 2008년 취임 직전 패기 넘치던 그의 얼굴은 이제 주름과 처진 피부,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내려앉은 근심과 복잡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재난으로 인한 긴급상황이 아니더라도, 매 순간 견제와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하는 정치판에서 ‘좋은 인상’을 갖고, 또 유지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역량을 펼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일지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얼굴 속에서 명예와 진실, 그리고 충성심을 본다”고. 우리 앞에 닥쳐올지 모를 재난에 대한 공포 곁엔 어떻게 변할지 모를 우리 사회 리더들의 가변적 얼굴들이 둥실 떠 있다. 기실 진정 ‘중한 것’은 얼굴이 아니라 능력이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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