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운전기사들 유입되면서 회사 '갑질'이 더욱 심해져
-서울시·구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기사 처우 관련 규정은 없다"
[아시아경제 문제원 수습기자] 새내기 마을버스 기사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주 6일 반복되는 강도 높은 업무에 식도염과 몸살이 겹쳐 회사에 병가를 냈더니 월급 190만원 중 50만원을 깎겠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회사 횡포가 무서워 아파도 쉬지도 못하는 게 마을버스 기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을버스 기사들의 업무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서울시 마을버스업체 현황을 보면 운전기사 3190명 중 비정규직이 1499명으로 47%를 차지했다. 이 중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촉탁직이 25%에 달했으며 심지어 정규직 없이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마을버스 업체도 13군데나 됐다. 이는 서울의 전체 마을버스 회사(131개)의 10%에 해당한다.
마을버스 업계에 따르면 기사들은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배차간격도 무시하고 난폭, 불법 운행을 강요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 등 휴식시간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는 물론이고 식시시간도 15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엄연히 구청에서 정한 운행계획이 있음에도 사측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업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적자노선에 대한 보전을 기사에게 부담시키거나 사고 등으로 보험처리 해야 할 사항도 기사 월급에서 깎는 경우가 있었다. 마을버스 기사는 "운행 중 실수로 승용차를 박았는데 월급에서 150만원을 제했다"며 "할머니가 버스에서 넘어져도 치료비를 운전자가 부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을버스 기사들이 열악한 처우에 고통받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기관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내버스는 서울시 소관이지만 마을버스의 경우 구청에서 관리감독을 담당해야 한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기사 처우 관련 규정은 없다"며 "해당 마을버스 업체에 문의한 결과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적자업체 보전금 등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서울시도 마을버스 기사들의 처우에 대해 과도하게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구청에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가 나서야 하지만 실태조사조차 진행된 것이 없다"며 "시와 구청의 방치 속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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