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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가사 노동 안 해 욕먹는 남편들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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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가사노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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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맞벌이로 아내가 돈 많이 벌어도 남편 가사노동은 안 늘어났다." 최근 발표돼 화제가 된 한 논문을 다룬 기사의 제목입니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맞벌이인 현실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뻔뻔함'을 욕했고, 남성들은 두 갈래로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왜냐고? 피곤하니까!"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는 열심히 하는 데 왜?"라며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과연 남편들의 가사 노동 분담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일까요? 태어날 때부터 '남자가 부엌에 드나들면 고추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던 60~70대 이상 어르신들은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50대 이하에선 다르지 않나요?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났고, 거기에 높은 고소득까지 자랑하는 힘있는 '소수'의 남편들 정도나 무관심할 수 있겠죠. 나머지 대부분의 '요즘 남편'들은 집에 들어가면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청소, 아이들 목욕 등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엔 요리 열풍이 불면서 남성들이 온갖 요리를 준비해 가족들을 대접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죠.
그래서 통계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직도 여성들이 가사 노동을 남성들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가사 노동 참여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의 서울서베이 2010년, 2014년 자료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동안 남성들의 가사 노동 참여가 획기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여성들만 전적으로 가사 노동을 책임진다는 비율이 38.9%에서 29.5%로 5년새 10%포인트 가량 줄었습니다. 대신 남성들의 가사 노동 분담이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약간 도움을 준다'는 남성들이 50.9%에서 57.7%로 6.8%포인트 증가했고, 둘이서 공정하게 나눈다는 응답도 9.3%에서 12.1%로 2.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남편이 주도 하고 여성은 약간 도운다거나, 남편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비율은 각각 0.7%, 0.2% 정도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2010년에 비해 2014년에 남성들의 가사 노동 분담이 약 10%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5년새 10%의 증가, 여성들이 보기엔 답답한 느림보 걸음이지만,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획기적인 변화'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대 별로 봐도 전 세대에서 남성들의 가사 노동 참여가 증가했습니다. 30세 미만의 경우 가사 노동을 아예 하지 않는 비율이 23.6%에서 19.7%로 3.9%포인트 줄어 비교적 변화의 폭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대신 남편이 가사 노동을 주도하고 여성이 거드는 비율이 0.3%에서 2.7%로 급증했습니다.

가사 노동. 사진=연합뉴스

가사 노동.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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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경우도 29.7%에서 19.6%로 10.1%포인트나 줄었고, 40대도 37.2%에서 26.5%로 10.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죠. 50대는 41.8%에서 33.9%로 8.1%포인트, 심지어 60대 이상도 49.5%에서 39.5%로 10%포인트씩 줄었습니다.

가사 노동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어쩔 수 없이', 또는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거들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대별로도 역시 가사노동 미참여 남편의 비율이 줄어든 만큼 공정하게 분담하거나 약간 도움을 준다는 이들이 그만큼씩 늘어났습니다. 요즘 남편들 나름대로 '할 만큼은 한다'는 거죠.

이상은 바쁜 일상과 저질 체력, 아이들을 핑계로 아내에게 가사 노동을 미루면서 늘 죄스러워 하는 한 가장이었습니다. 아차, 오늘은 휴일인데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군요. 오늘도 맞벌이 부부들 화이팅!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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