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권잠룡 총선 성적표
◆비상(飛上) = '적진 출마'에서 이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당선자는 이번 총선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김 당선자는 여권의 정치적 심장인 대구에 파란 깃발을 꽂으며 단숨에 야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김 당선자가 승리한 대구 수성갑은 우리나라 보수 1번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그 만큼 지역주의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수도권에서 이미 3선을 지낸 김 당선자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새누리당 철옹성을 허물면서 전국적인 입지까지 다져놨다. 차기 대권구도에서 비친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전 대표도 부산과 경남에서 더민주가 역대 최대 의석(8석)을 얻으면서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더민주는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 참패, '반문재인' 표심을 확인했다. 문 전 대표가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 반대를 무릅쓰고 호남 방문을 강행한 결과라는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시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 불출마를 공언한 만큼 향후 거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권 잠룡인 유승민 무소속 당선자는 '신호대기'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광야로 쫓겨났던 유 당선자는 대구 동을에서 4선에 성공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측근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낙선하고 '나 홀로 생환'한 탓에 유 당선자의 '백색돌풍'은 미풍에 그쳤다. 새누리당에 복당한다고 해도 수족을 잃은 만큼 당내 입지는 좁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으로 참패한 점은 역으로 그에게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권의 잠룡들이 줄줄이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향후 대선정국에서 '따듯한 보수'를 주장한 유 당선자가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남았다.
김 대표 측에선 새누리당의 패배 원인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파동으로 돌리지만, 친박계에선 '옥새파동'으로 당내 갈등을 대대적으로 알린 김 대표에게 십자포화를 쏟고있다. 김 대표는 14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향후 여권의 권력재편 과정에서 김 대표 정치적 명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날개 없이'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의 필수코스인 서울 종로에 도전장을 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더민주 중진 정세균 당선자에 가로막혀 대권의 꿈도 멀어졌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더 치명적이다. 당 텃밭인 대구 수성을에서 더민주 김부겸 당선자에게 금뱃지를 넘겼다. 더욱이 차명진(경기 부천소사)·안병도(경기 부천오정) 후보 등 측근들이 김 전 지사의 정치기반인 경기도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편 여권에선 유력 잠룡들이 줄줄이 흠집나면서 반기문 유엔(UN)사무총장과 남경필 경기지시, 원희룡 제주지사 등 불펜진이 대안론으로 떠오른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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