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소통, 옴니채널로 승부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인생은 생방송이다. 두 번이 없고, 무조건 직진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줄타기 같은 세상, 누구보다 생방송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말 롯데홈쇼핑에서 배출된 여성임원, 유혜승 방송콘텐츠 부문장(상무보B)이다.
공중파 방송 프로덕션 조연출로 병원 24시, 인간극장 같은 교양다큐를 만들던 그는 2005년 CJ오쇼핑을 시작으로 홈쇼핑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14년 롯데홈쇼핑으로 옮긴지 만 2년이 채 안돼 임원으로 발탁 돼 회사의 '혁신'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PD와 쇼호스트들을 식구로 둔, 회사의 맨 앞에 선 특공대'다.
그러나 재미만을 느끼기에, 지금은 불황이다. 지난해 백수오 사태로 건강기능식품 판매량이 줄고 모바일과 오프라인 시장은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한다. 한마디로 홈쇼핑의 위기다. 유 부문장은 '위기론'에 대해 딱 잘라 말했다. "그런 얘기는 못이 박힌다"고. 그는 "더는 어렵지 않겠냐는 말은 10년 전에도 나왔다"면서 "어느 유통업보다 기회가 많은 곳이고, 잠재력도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부적인 체질변화와 모바일 시장 선점, 고객의 요구 파악 같은 과제를 잘 소화해 낸다면 시장은 오히려 넓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홈쇼핑은 사실 좀 더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면에서 경쟁사에게 상위권을 모두 내 준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 부문장은 현재를 '터닝 포인트'로 잡았다.
홈쇼핑 업계는 여성인력이 많은 대표적 업종이다. 여자로서 성공하기 쉽기도, 더 어렵기도 하다. 주변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도 까다롭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구해봤다. 상담 역시 생방송이다. 직관적인 답들이 빠르게 나왔다. 평소 고민하지 않았다면 해줄 수 없는 얘기들이다.
"여자들이 많은 직군이라 솔직히 말도 많고 복잡하거든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터입니다. 서로 모두 친해야 한다는 강박을 덜어야해요. 여자들은 DNA상 가족같고 싶어하거든요. 하지만 이 곳은 동창회, 동호회, 친구 모임이 아니예요. 때론 건조하게 이성적으로만 스킨십해야 합니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인간성과 연관 짓지도 말구요. 냉정함을 잃을 때요? 전 잠시 자리를 피해요. 회사를 두어바퀴 돌거나 계단을 4개 층 정도 오르내리다보면 화가 가라앉고, 마음은 진정되죠."
열변을 토하던 그는 수첩 사이에서 작은 쪽지 하나를 꺼내 보이면서 좋아하는 글귀라고 소개했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윈스턴 처칠.' 유 부문장은 말했다. "바람은 그저 자기 갈 길을 갈 뿐 이예요. 방향은 내가 선택하죠."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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