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로베이스에서 서비스 대결 이어질 것
체험형 오프라인 VS 총알 배송, 승자는?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유통시장에서 최저가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온·오프라인은 막론하고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쿠폰이나 배송료, 카드 할인, 별도 증정행사 등 옵션이 딸려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이라면 기한에 가까워져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떨이 처분되기도 하고, 생산을 중단하기 전 물건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20~30% 값에도 시장에 나온다.
이마트가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을 정조준하며 나선 '최저가' 전쟁은 그래서 어려운 싸움이다. 대기업이 "가장 싸게"를 외치고 나온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업계끼리의 싸움만이 아니다. 최저가를 찾아 온·오프라인을 뒤지는 가격 유목민들에게도 전쟁 같은 일이다. '누구보다 싸게 사는' 스마트한 쇼퍼로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번엔 기저귀를 비교해보자. 기저귀는 이마트가 온라인과의 가격 경쟁을 선포하며 선정한 첫번째 전략상품이다. 이마트에서는 하기스 매직팬티 4단계(남·여 가격동일) 92개를 2만8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개당 307원꼴이다. 5단계 기저귀는 76개를 2만9200원에 판다. 개당 384원이다. 쿠팡의 경우는 1원 더 비싸거나 같다. 매수를 달리해 4단계 132매에 4만600원, 5단계 108매에 4만1490원에 판다. 각각 개당 308원, 384원이다. 그러나 쿠팡에서 정기배송(때가 되면 자동으로 주문, 배송하는 서비스)을 신청하면 각각 개당 292원, 365원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두 개만을 비교했을 경우다. 게다가 특정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한 카드할인, 고객 등급별 할인쿠폰, 포인트 적립 등의 옵션은 적용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다 대입해 최저가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값을 구하는 도중에 판매가격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고, 기껏해야 개당 몇원 차이의 가격이다.
가격싸움을 촉발한 이마트는 물론이고 쿠팡 역시 이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최저가'가 아닌 서비스 또는 고유 채널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게 이마트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