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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七情]콘텐츠가 된 사회문제…알바몬 광고를 보는 불편함

최종수정 2016.02.09 11:34 기사입력 2016.02.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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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광고칠정(七情)은 광고를 둘러싼 얘기들을 해설기사나 칼럼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싶은 얘기에는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얘기에는 울거리를, 욕하고 싶은 얘기에는 욕할 거리를 주는 거죠"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마지막 장면에서 조국일보 논설위원 이강희(백윤식 분)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이 글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 알바몬 광고를 보면 불편할까라는 고민이 그 말을 듣고서야 풀렸다. 사회문제를 상품화시키기 시작한 미디어, 그것을 소비하기 좋아하는 대중들의 만남이, 그 한 마디에 축약돼 있었다.

처음 알바몬 최저시급편 광고를 접했을 때는 감탄했다. 대한민국 최저시급 5580원을 이같이 단 한 번에 각인시킬 수 있는 미디어가 있었는가. 걸 그룹 멤버 혜리는 "쬐끔 올랐대요 쬐끔 370원 올랐대" 한마디로 우리나라 최저 임금 상승 문제를 꼬집었다. 야간 수당편은 또 어떤가.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 근무 수당은 시급의 1.5배임을 광고로 알려준다. 노동 교육이 거의 전무한 한국에서는 이 광고로 내용을 알게 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상업광고에서 사회문제를 거른 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알바몬 광고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해당 광고에 대한 예찬이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은 광고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매체,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지는 매체라는 점을 잊은 듯했다.

공익광고보다 더 공익적인 내용을 다뤘지만, 이 광고는 철저한 상업광고다. 회사인 알바몬은 구직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을수록 이득이 되는 채용정보사이트다. 만약 이 광고가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것이었다면, 여느 생명보험 회사의 자살방지 광고도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를 걱정해서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알바몬 광고처럼 점점 미디어들은 사회문제를 콘텐츠화해 내놓고 있다. 드라마화된 미생부터 드라마 송곳·영화 베테랑·영화 내부자들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다. 대중들도 이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하다. 정확히 말하면 대중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가 늘어 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상업 콘텐츠는 철저히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기획되기 때문이다.
▲알바몬 광고 최저시급편

▲알바몬 광고 최저시급편


그렇다면 미생의 인기로 비정규직 청년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영화 베테랑이 인기를 끌었다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내부자들을 보며 분노한 덕분에 정치, 경제, 언론 권력의 카르텔이 약해졌을까? 과연 한 종편방송은 우리나라 노동문제를 걱정해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이야기를 드라마로 내보냈을까.

사회문제가 감각적이고 피상적인 콘텐츠로 소비될수록, 문제는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다. 그 '쬐금 오른 370원'이 얼마나 수많은 이해관계의 절충 속에 합의된 것인지 주목하는 시선은 줄어든다. 예상컨대 국회의원들은 '국개의원(국회의원을 개에 비유한 네티즌 속어)월급 깎으면 된다' 며 댓글 다는 네티즌들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 정치를 피상적으로 보고 냉소할수록 자신들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 줄어들어서다.

새로 나온 알바몬 광고 창당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권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다'였다. 사회문제마저 소비하는 대중의 권리에 관심을 가지는 '내부자'는 없을 것이다. 진정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광고나 영화·만화를 보고 사회현상을 다 파악한 양 냉소할 게 아니다. 투표를 해야하고 정당 활동을 해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능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 행동들은 소파·좌석·컴퓨터 의자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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