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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꿈이 '임대업?'…누가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최종수정 2016.02.08 07:00 기사입력 2016.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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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에서도 나타난 '임대업이 꿈인 나라'
지난해 신설법인 '부동산임대업'이 가장 많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설 연휴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앉아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단골 주제는 아이들 교육이나 정치, 취업, 결혼에서부터 건강 얘기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주제는 '돈'이다. 고향에 가서 가족, 친지를 만나건 동창생들을 만나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 "예전에 공부 잘하던 뉘 집 아들은 고향에 있는 땅 판 돈으로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월급쟁이로 그럭저럭 바쁘게 살더라. 농사짓던 다른 집 아이는 땅값이 크게 올라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그 땅이 개발돼 건물을 올렸다더라".

몇 해 전 한 방송에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을 조사했더니 공무원이 꿈 선호도 1위로 조사돼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선호도가 높은 다른 꿈 중에는 부동산임대업도 섞여 있었는데 방송을 본 어른들은 아연실색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시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치킨집,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생활밀착형 43개 업종에 대해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자영업 창업자 10명 중 3~4명은 문을 연 지 3년 이내에 폐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나 퇴직금, 십수 년 저축한 돈을 털어 가게를 냈지만 일순간에 빚더미에 안거나 수렁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망하거나 흥하거나 결국 건물주만 돈을 번다는 얘기가 우스게 소리만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신설법인은 9만3768개로 전년보다 9071개 늘어 10.7% 증가했다.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중소기업청은 이 수치를 현 정부가 그동안 벌인 벤처 창업 생태계 조성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신설법인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중기청의 해석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지난해 신설법인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을 보면 벤처 창업이나 내수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전 업종을 통틀어 지난해 가장 많이 늘어난 신설법인은 부동산임대업으로 2288개가 늘었다. 전년보다 31.6% 증가한 것이다.

전체 신설법인에서 부동산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도소매업(2148개), 건설업(1597개) 등이 뒤를 이어 지난해 늘어난 신설법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 접어들어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면서 부동산임대사업자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세상을 배운다. 안정적인 연금이 지급돼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이 선호되듯 부동산임대업이 각광 받고 부러움을 사는 현실에서 초등학생들이 다른 그럴듯한(?) 꿈을 갖길 바라는 것은 어른들만의 욕심일 수 있다.

국세청이 2014년 정기분 최종실적을 기준으로 부과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부자 중 주택을 11채 이상 보유한 집 부자는 1만7187명으로 전년(1만4920명)보다 15.2% 늘었다. 종부세 납부자 중 6~10채의 집을 보유한 경우도 1만8032명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다. 부동산임대업이 각광받는 시대가 성큼성큼 오고 있는 것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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