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IT]3D프린터로 슈퍼카 한 대 뽑았다

지난해 6월 미국 스타트업 다이버전트 마이크로팩토리스가 공개한 이 슈퍼카 '블레이드'는 3D프린터로 차체를 제작됐다. 탄소복합소재가 사용돼 일반 자동차보다 90%가량 가벼우며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초에 불과하다.

인공보형물부터 자동차부품까지…
몇시간 만에 뚝딱 만드는 제조혁명의 핵심기술
1980년대 美3D시스템스사서 최초 개발
대량 생산에 필요한 가제품 만들어
최근엔 의료, 캐릭터시장서 활발하게 활용
금속 3D프린팅 기술 개발돼 활용범위 넓어져
권총 등 살상 무기 제작에 사용돼 논란도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국정연설에서 "3D프린팅은 기존 제조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3D프린터가 대중화되면 공장에서나 제작되었던 물건들을 집에서 직접 '프린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D프린터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마법 지팡이, 3D프린터 = 3D프린터는 3차원 도면을 바탕으로 실물 모양 그대로 출력하는 기계를 말한다.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3차원으로 표현하면 3D프린터는 이를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준다.

1980년대 미국의 3D시스템즈사는 플라스틱 액체를 굳혀 물건을 만드는 프린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전에 필요한 가제품을 보다 빠르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하나의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2D 도면을 바탕으로 가제품을 만들고, 가제품에서 최종 금형을 개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금형은 마치 '붕어빵 틀'처럼 생산 단계의 마지막 과정이다.

금형제작 비용은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에 달한다. 실수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는 큰 손해를 입는다. 이 때문에 저렴한 플라스틱을 활용해 금형의 기반이 되는 가제품을 수차례 제작한다.

3D프린터는 가제품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준다. 그동안에는 실제 디자인을 담당한 사람과 가제품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서로 달라 이견이 생기면 그만큼 제작 시간도 길어졌다.

3D프린터는 디자인 담당자가 직접 가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몇 시간 만에 가제품을 만들 수 있어 즉각적으로 의견 반응을 할 수 있다.

◆3D프린터 작동 원리는 = 3D 프린터는 주로 액체 플라스틱이나 석고 파우더를 3D 도면대로 굳혀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액체 플라스틱은 레이저로 경화시킨다. 플라스틱 액체가 담긴 통에 3D도면에 맞게 레이저를 쏘면 그 부분만 굳고 나머지는 흘러내린다. 이 과정을 층층이 반복하면 최종적으로 원하는 모양의 제품만 남게 된다. 1시간에 1cm정도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석고 파우더는 분출된 접착제에 따라 모양이 만들어진다. 3D프린터는 좌우로 움직이면서 3D도면에 따라 접착제를 뿌린다. 층층이 이 과정을 반복해 제품이 완성된다. 이 방식은 시간 당 2.8cm씩 쌓을 수 있다.

액체 플라스틱을 이용한 방식은 파우더 방식보다 정확하지만 프린터 가격이 비싸다. 파우더 방식은 가격이 저렴하고 색상을 주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정확하다.
　

3D프린터 권총

◆3D프린터 어디에 활용되나 = 주로 기업의 기술개발(R&D)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실제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분야에서 3D프린터는 더욱 각광받는다. 가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외주에 맡기는 과정에서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부분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외과에서는 보다 정확한 보형물을 제작하는데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가령 두개골 뼈가 깨졌을 때 환자의 두상에 맞게 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의사가 재량껏 보형물을 제작해왔다. 의사의 솜씨에 따라 수술 결과가 판이하게 달랐다.

하지만 3D프린터 기술이 의료 부분에 적용된 이후에는 내 몸에 딱 맞는 보형물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로 촬영한 이미지를 3D도면으로 변환한 뒤 금속 3D프린터에서 보형물을 곧바로 제작할 수 있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등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 3D프린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해 전 세계에서 나만 가지고 있는 캐릭터 상품을 만들 수 있다.

◆3D프린터 시장은 = 금속 3D프린트 기술이 발전되면서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은 내구성에서 문제가 있어 가제품에 그쳤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 3D프린터로 권총이 제작돼 논란이 있었다. 총기 제작 기술 개발사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 그룹은 3D프린터로 '리버레이터'를 생산했는데 이 3D도면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순식간에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되면서 미 정부는 곧장 권총 제작 도면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우주에서 필요한 부품을 직접 우주선 내에서 제작하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쏘아 보내는데 1kg 당 5000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 3D프린터를 활용하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3D프린터로 인쇄 결과물을 출력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3D시스템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3D프린터로 음식을 출력하는 연구를 하는 '요리연구소'를 개장했다. 이들이 선보인 요리 전용 3D프린터는 식재료를 캡슐에 넣고 출력 버튼만 누르면 레시피에 따라 빵, 케이크, 과자, 피자 등을 출력할 수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