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행사 준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우선 추모가를 부르기 위해 초청된 합창단 어린이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시간여 동안 얇은 단복만 입은 채 추위에 떨었다. 외투 등을 걸치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한파 속에 방치됐다. 추위에 대비해 중무장한 다른 참석자들과 대비됐다. 어린이들은 합창 시간에 단상에 올라 차가운 손을 꼭 쥐고서 울듯이 노래를 불렀다.
일반 시민들이 영결식에서 배제된 것은 또 어떤가.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국회 정문 입장을 막고 뒷문으로만 들여보냈다. 영결식장에도 입장할 수 없었다. 노제ㆍ추모제가 유족들의 '장례 간소화' 원칙에 따라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2만여명에 초청장을 뿌렸음에도 당일 영결식에 참석한 사람이 실제론 7000명(행자부 집계)에 그쳤다는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행자부 쪽은 눈발이 날렸던 날씨를 탓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주최 측의 준비 부실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가장의 '장례집행위원장'이었던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듯한' 행보도 마찬가지다. 정 장관은 장례 준비를 실무진에 떠넘긴 채 24~2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15 새마을운동 지도자 국제대회'에 참석했다. 국가장을 책임진 위치인데도 장례 절차와 관련된 언론 브리핑을 손수 맡지 않고 이틀 연속 새마을 국제대회 개막식ㆍ세미나 등에 참석해 대구지역에 얼굴을 내밀었다.
국장과 국민장이 합쳐진 뒤 처음 치러진 국가장의 책임자는 여러가지로 지적된 문제에서 한발 비켜선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 합창단에 대해서만 실무자 격인 행자부 의정관이 행자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일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상처를 받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사과했을 뿐이다.
정 장관은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사퇴의 변을 발표할 당시 "장관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국가 발전과 우리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목을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책임감 투철한 합창단 어린이들은 그 차가운 날씨에 2시간을 앉아서 입술이 새파래지고 온몸이 떨리는 상황에서도 전혀 대오를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을….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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