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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탐정: 더 비기닝', 뻔하지만 펀(FUN)한

최종수정 2015.09.18 11:00 기사입력 2015.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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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연기는 식상한데 재미있는 상황 곳곳에...자연스러운 웃음 만들어

탐정: 더 비기닝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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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때 대한민국에 '몸짱'열풍을 불러일으킨 권상우(39). 배우로서 지향점은 '잘 나가는 액션배우'다.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으면서 시나리오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동안 맡아온 배역은 이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를 통해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지만 정작 빛을 본 장르는 코미디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ㆍ493만7573명)', '청춘만화(2006ㆍ206만6354명)', '신부 수업(2004ㆍ124만2476명)'등이다. 혀 짧은 발음과 조급한 대사 처리 등이 진지하고 엄숙한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부단한 노력이 있었지만 대중적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권상우'하면 '실땅님'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따라다닌다. 배우에게 비수와 같은 조롱. 하지만 권상우에게는 어느덧 스스로를 희화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마음가짐도 달리 가졌다. "완성된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계속 노력하는 거죠. 관객 대다수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더 열심히 달려야겠죠."

'탐정: 더 비기닝.' 그가 4년여 만에 내놓는 충무로 복귀 작이다. 또 다시 코미디. 하지만 그가 가장 능수능란하게 해낼 수 있는 장르다. 권상우도 "'한방'이 필요했고, 이것이 최선이었다"라고 했다. 영화는 스테레오 타입의 연기가 주를 이룬다. 그가 맡은 '강대만'은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이자 만화방을 운영하며 생활과 육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자신의 꿈을 쫓으려 애쓰지만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아내(서영희) 등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여기에서 코믹스럽게 포장돼 나타나는 반항과 허술함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지훈, '신부 수업'의 규식 등과 많이 닮았다. 또 다른 주연 성동일도 다르지 않다. 드라마 '은실이(1998)'의 '빨간 양말'부터 '응답하라'시리즈의 '성동일'까지 구축한 진중하면서도 어설픈 코믹 연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이런 연기들의 조합은 자칫 'SNL 코리아'의 스탠드업 코미디(배우가 관객을 마주하는 실시간 희극)를 시청하는 듯한 착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김정훈(38) 감독은 억지스럽거나 과한 애드리브를 철저히 경계한다. 상황 곳곳에 코믹 요소를 자연스럽게 배치했고, 모든 신들을 빠르게 끌고 간다. 그 사이 배우들이 하는 연기의 단점은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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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출은 일본의 추리, 수사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관객에게 탐정이나 형사의 감정에 이입될 여지를 충분히 부여하고 무거운 사건을 빠르고 재치 넘치게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보니 탐정물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탐정: 더 비기닝'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의 80%가량을 코미디에 할애하다보니 우연치 않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등 연쇄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맥이 풀리는 신이 적잖다. 무거운 사건에 관객을 이질감 없이 인도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한국판 '셜록'을 떠올리는 이들의 기대까지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더구나 영화는 중반까지 추격의 실마리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반전으로 심어둔 코드도 그리 신선하지 않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다룬 적은 없지만 많은 외화들이 사용해온 소재다.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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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클라이맥스를 그리는 후반 20분에는 상당한 긴장감이 배어 있다. 특히 기세훈(41) 촬영감독이 혼자서 네 개의 산소통을 쓰며 찍은 수중 신과 사건이 베일을 벗는 골프연습장 신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서스펜스가 담겨 있다. 코미디로 일관해온 이전의 아쉬움을 다소나마 털어낼 만한 수준이다. 이야기의 통일성도 빼놓을 수 없다. 각박한 상황에서도 강대만과 노태수의 갈등과 해소를 끊임없이 관찰해 극이 한결 매끄럽게 굴러간다.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를 수사의 방해물로 여기며 다툰다. 당연히 셜록과 왓슨처럼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낮은 위치를 들킨 뒤부터 서로 애환을 나누며 동질감을 느낀다. 집안에서 제 구실을 못하는 남편들이 살인사건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각인한다는 내용이다. 김 감독은 살인사건에서까지 부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편들의 처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30~40대 남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을 소재로 담고 있어 추석 대목을 겨냥한 킬링타임용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더구나 영화는 '추리'와 '코믹'을 비교적 무난하게 섞어놓았다. 감독들이 상당히 어려워하는 과제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명을 받을 만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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