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기념행사에 정상급 인사를 보내는 30개국을 공식 발표했는데,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나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과 러시아가 단연 눈에 띈다. 서방 주요 국가들이 모두 불참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 정상의 참석이 시 주석에게 큰 힘을 실어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 후 중국 국가서열 2위인 리커창 중국 총리를 면담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한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을 통한 상호 경제이익 극대화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중국 서열 1, 2위 인사들과의 각별한 회동은 미국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참석을 결정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예우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파격대우가 실리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핵문제에 있어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북핵불용(北核不容)'으로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 5번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 측에 이 같은 뜻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시 주석은 북한을 구체적으로 지칭해 압박하는 '북핵불용'이란 단어를 수용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선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는 차원에서 한국과 손을 잡는 것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핵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미일 3각 공조를 굳건히 하는 '균형외교'를 구사한다는 전략이다.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도 성과일 수 있다.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을 직접 설득하거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역할을 자임한다면 북한은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 고위급접촉을 통해 얻어진 남북화해 분위기를 항구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억지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 촉진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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