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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샀지만 국민에 사용 안해"…때렸지만 폭행 아니라는 모순의 수사학

최종수정 2015.07.15 10:27 기사입력 2015.07.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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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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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논란에 대해 "구입했지만 국민에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외국에 있는 북한 공작원이나 무기 거래상 등을 대상으로 썼으며 국내 민간인 사찰이나 선거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언제든지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감청 해킹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 그동안 국정원에 제기된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미뤄볼 때 이번 해명만으로 의혹이 해소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일 국정원이 국민을 대상으로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국정원의 입장처럼 기왕에 드러난 사실은 인정하되 이와 충분히 결부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모순의 화법은 논란에 대한 해명에 종종 등장한다. 이른바 '술은 마셨지만 음주은전은 아니다'는 논리다. 최근 사례를 보면 일본 정부는 근대화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 등과 관련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에 대해 "강제로 일했지만 강제노동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forced to work'라는 문구를 두고 징용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차원이며 ILO(국제노동기구)가 정의한 '강제노동'(forced labor)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과거 서울대 음대 모 교수도 제자 폭행 의혹에 대해 유사한 해명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는 수업 중 배나 등을 때리고 머리를 흔든 것은 도제식 훈육의 일환이지 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약하자면 "때렸지만 폭행은 아니다"는 논리다. 문화계에서 자주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여다봐도 비슷한 구석을 찾을 수 있다. "참고는 했지만 표절은 아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2009년에는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의 절차가 하자가 있지만 법의 효력은 인정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위법하지만 유효하다"는 것. 당시 네티즌들은 "공금을 횡령해도 소유권은 인정된다', '대리시험을 봤지만 점수는 유효하다', '위조지폐지만 화폐 가치는 있다', '결혼했지만 유부남은 아니다' 등의 패러디를 쏟아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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