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닌데 특히 최근 몇 년동안에는 장 막판 30분 동안에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중소형주의 경우 막판 쏠림이 더 심했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에 포함된 주식의 경우 거래량의 19.3%가 마감 직전 30분 동안에 집중됐다. 2007년에는 14%였다.
범위를 더 좁혀 마감 직전 5분 동안 거래량을 분석한 통계도 있다. 트레이드 인포매틱스에 따르면 마감 직전 5분 동안 거래량 비중은 2010년 이후 매년 상승해 지난해의 경우 전체 거래량의 6%를 차지했다.
ETF와 같은 인덱스 펀드는 마감 직전 거래를 선호한다. ETF는 지수가 오른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따라서 거래 가격을 최대한 종가에 맞추려 하고 이 때문에 장 마감 직전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점점 더 시장 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액티브형 펀드보다 인덱스 펀드와 같은 패시브형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패시브형 펀드에는 2266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반면 액티브형 펀드에서는 467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블랙록의 폴 화이트헤드 펀드매니저는 "패시브형 펀드가 늘수록 거래는 더욱더 막판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거래량을 불러= 컴퓨터를 이용한 거래 증가는 마감 직전 거래량 편중을 가속화시켰다. 유동성이 많을 때 거래를 해야 체결 오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이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비용 측면에서도 막판에 거래해야 유리하다. 거래량이 늘면 거래 수수료가 줄기 때문이다. 주식 중개업체 ITG 분석에 따르면 정오부터 30분간 제너럴 일렉트릭(GE) 주식 80만주를 매수할 때 수수료는 거래액의 0.21%인 4만6000달러가 든다. 하지만 마감 직전 30분 동안 GE 주식을 동일 수량 매수하면 수수료는 거래액의 0.09%인 2만달러로 준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조 로델라 트레이딩 담당 대표는 "마감 직전에 거래를 해야 비용도 줄이고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며 "알리안츠 트레이더들의 막판 거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측면에서 거래량이 많을수록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로델라는 "거래량은 거래량을 부른다"고 말했다.
◆장중 거래 한산 '페인트가 마르는 시간'= 거래 편중화가 심화되면서 장중에는 심하게 표현해 거래량 공백 상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장중에는 주가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주가를 급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실탄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은 커진 것이다.
2010년 5월 플래시 크래시 사건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트레이더들은 2010년 5월 플래시 크래시 이후 거래량 편중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브라모비치는 이처럼 거래가 장 막판에 집중되는 현상이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시장이 워낙 불안해 마감 후 밤 사이 전해지는 뉴스에 주식시장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트레이더들이 마감 직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거래량이 많으면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고 점점 더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거래량이 막판에 집중되면서 장중 거래는 한산하고 따분하기까지 하다. 멜론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한 트레이더는 장중 거래에 대해 페인트가 마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지루하다고 표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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