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섬'을 촬영했던 김기덕 감독은 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섬은 물리적으로는 제한됐지만 심리적으로는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가능케 하는 무한의 공간으로 그려져 왔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은 이후 영화 속 섬을 찾기 시작했다. 사방이 물로 막혔으면서도 사방이 트여있는, 역설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남이섬 관광효과는 매출로 즉각 나타난다. 입장료가 성인 1인당 1만원인 것을 상기하면 300억 원의 입장료 매출을 올린 셈이다. 부수적인 수입까지 고려하면 훨씬 이를 상회한다.
남이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겨울연가 붐을 타고 일본인 관광객이 연간 10만 명에 육박했었다"며 "갈수록 중국, 대만,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섬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부각된 경우도 있다.
서강대교 아래 밤섬은 영화 '김씨표류기'를 통해 '한강의 무인도'로 재조명 받았다. 1999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후,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돼 시민 대부분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밤섬의 존재를 몰랐었다. 영화 김씨표류기를 통해서야 그간 꽁꽁 감춰졌던 밤섬의 얼굴이 드러난 셈이다.
2005년 제9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됐던 영화 '종려나무숲'에서는 '거제도'가 배경지로 나온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가 삼성동 메가박스를 찾아 직접 영화를 관람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은 거제도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영화 개봉 이후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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