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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의 꼼수 "파워 로프트의 비밀"

최종수정 2014.12.15 10:34 기사입력 2014.12.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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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 세워 비거리 늘리고 지갑 두둑한 초, 중급 시니어골퍼 '집중 공략'

혼마는 아이언의 로프트를 세우는 '비거리 효과'를 앞세워 지갑이 두둑한 시니어골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혼마는 아이언의 로프트를 세우는 '비거리 효과'를 앞세워 지갑이 두둑한 시니어골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피칭 웨지 잡았는데 130야드가 날아갔어."

아마추어골퍼 A씨의 푸념이다. 웨지를 선택했는데도 불구하고 비거리가 너무 나서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는 한탄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자랑(?)이 내포돼 있다. 남성골퍼에게 비거리는 곧 파워를 의미하고, 스코어와는 상관없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8번 아이언을 잡은 동반자가 움찔하며 골프채를 살펴봤더니 혼마 브랜드다. 과연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 "한국인의 이상한 혼마 사랑"= 일본에서 혼마는 아주 작은 브랜드였다. 1959년 요코하마 인근 공방이 출발점이다. 근처 골프장에 두더지가 많아 로고로 사용했다. 국내에 처음 알려진 건 한장상(73)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의 역할이 컸다. 무명시절 혼마의 후원을 받았고, 1972년 '내셔널타이틀' 일본오픈을 제패해 순식간에 톱스타로 떠올랐다.

일등공신은 창업자 혼마 유키히로의 친구 김종필 전 국무총리다. '혼마 예찬론'을 펼쳤다. 혼마는 당시 골프채에 별을 새겨 넣는 '스타 마케팅'으로 1970년~1980년대 군부정권의 상징성을 파고들었다. 모든 골퍼들이 혼마를 사고 싶어 했고, 그것도 별이 많은 것을 선호했다. 한 고문은 "혼마 매출의 60% 이상이 국내시장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혼마의 성장 동력이 한국이었다는 이야기다.

혼마는 그러나 회사를 키우려다가 부도가 났고, 지금은 중국 자본 주축의 컨소시엄기업에 인수됐다. 그래도 장인정신을 표방하면서 '메이드 인 재팬'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하는 건 마찬가지다. 중국은 아직 극소수 계층만 골프를 하고, 이들은 중국산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베이징에서 열리는 골프용품쇼에 1억원짜리 풀세트를 전시하는 까닭이다.
▲ "파워로프트가 뭐길래?"= 비밀은 로프트다. '어메이징 스펙'이라는 모델의 경우 다른 브랜드에 비해 최고 6도까지 차이가 난다. 실제 8번 아이언 로프트가 30도, 타이틀리스트 AP1은 36도다. AP1의 6번이 29도라는 점에 비추어 혼마 8번이 다른 브랜드의 6번에 해당하는 셈이다. 아이언의 번호별 비거리 편차는 최소 10야드, 적어도 20야드 이상 거리 차가 날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소재와 공법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다시 말해 6번에 8번이라고 써놓고 샷을 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비거리는 더 나오지만 탄도가 낮아져 아이언 샷의 생명력인 스핀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같은 번호의 아이언 샷으로 공이 그린에 안착했을 때 런(굴러가는 거리)이 많아져 의미가 없다. 결과적으로 스핀력에 중점을 두지 않는 초, 중급의 시니어골퍼용이다.

혼마 아이언세트에 생뚱맞게 10번과 11번이 포함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5번이 21.5도, 로프트가 워낙 높게 출발하다보니 아래로 갈수록 골프채 구성이 어렵다. 10번(39도)과 11번(44도)을 넣는 편법을 가미해 숏게임에서도 혼선이 빚어진다. 혼마의 피칭웨지 49도는 다른 브랜드의 갭웨지(50~52도) 수준, 샌드웨지(55도)에 이르러야 평균치로 돌아온다.

▲ "과시욕 이용한 거품?"= 지갑이 두둑한 시니어골퍼를 타깃으로 삼는 정책은 고가마케팅으로 직결된다. 드라이버가 최대 600만원, 아이언세트는 5500만원이다. 5스타로 풀세트를 구성하면 최대 1억원에 육박한다. 물론 헤드와 샤프트 모두 주문자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조립할 수 있고, 5스타를 주문하면 일본의 피팅 담당자가 한국으로 날아와 스펙까지 체크해 준다.

제작사 측은 "고가의 소재를 사용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이 더해져 비쌀 수밖에 없다"며 "아키타현 사카타공장에서 제작하는 수제골프채"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 해도 1억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다. 메이커 특유의 고가 공정이 있다 해도 몇 배 차이가 날 정도로 고비용이 투자되는지 의문이다. 장인정신 역시 이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특유의 고집으로 오히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해 성능이 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산이 한국인의 체형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미국 브랜드 대부분이 아시안스펙을 따로 제작, 생산하는 라인을 갖추고 있다. B씨는 "터무니없는 고가의 골프채는 과시욕을 이용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높은 마진을 책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타 등을 통해 자신의 체형에 맞는 과학적인 골프채 선택을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혼마 어메이징과 타이틀리스트 AP1 모델의 로프트 비교

혼마 어메이징과 타이틀리스트 AP1 모델의 로프트 비교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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