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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옥타곤' 158센티 파이터가 떴다,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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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서희, 한국인 여성 첫 UFC진출…작은 체구 극복 위해 그라운드 기술 단련 "미국에서 혼신 불태운 뒤 결혼하고 싶다"

함서희[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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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새로운 출발이지만 마지막 도전이에요. 그 전의 함서희(27·부산팀매드)는 죽었다고 생각할거예요."

한국과 일본 링을 주름잡은 파이터답다. 경기를 마친지 겨우 이틀이 지났지만 매서운 기운이 그대로 살아있다. 각오는 살벌하기까지 하다. 158㎝·50㎏의 아담한 체구지만 이미 왼손 스트레이트로 많은 선수들을 쓰러뜨렸다. 주먹은 이제 미국을 향한다.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대회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s)와 지난 4일 네 경기 계약을 맺었다. 한국인으로 아홉 번째, 한국인 여성으로는 첫 번째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아요. 경기가 잡히고 그 날이 다가오면 느낄 수 있겠죠." 함서희는 오래 전부터 UFC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아시아 무대에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다. 지난해 5월 25일 스기야마 나호(36·일본)를 판정으로 꺾고 딥 주얼스(DEEP JEWELS) 애텀급(48㎏이하) 챔피언에 올랐고, 두 차례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해 애텀급 세계랭킹 3위에 올랐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

진출이 다소 지체된 건 체급 때문이다. UFC에 함서희의 주 체급인 애텀급이 없다. 신설이 계속 미뤄져 결국 스트로급(52㎏이하)에서 뛰기로 했다. "나이가 있다 보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어요. 부담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애텀급에서는 체중을 감량해야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컨디션을 관리하기가 수월할 것 같아요."

이시오카 사오리(27·일본)와 지난 3일 타이틀 방어전을 해 암바(상대편의 발을 잡고 팔꿈치를 꺾어 둥글게 감싸 누르는 기술)로 승리한 함서희는 다음날 주최사에 챔피언벨트를 반납했다. 계약 조건상 UFC에서 뛰는 동안 타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6연승으로 마감한 아시아대회 통산 전적은 15승5패. 열여덟 살 때부터 다져온 킥복싱 기술로 입식 타격에서 유독 강점을 보인다.
함서희[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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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35) 종합격투기 해설위원은 "다양한 강자들을 상대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입식 타격만큼은 큰 문제가 없다"며 "왼손잡이인데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 줄도 안다"고 했다. 관건은 신체적 열세를 얼마나 뛰어넘느냐다. 김 위원은 "애텀급에서도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았다. 스트로급에서는 그 차이가 심해질 것"이라며 "힘을 요구하는 그라운드에서 기술을 더 키워야 한다. 입식 타격에서 한 방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타이틀 방어전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지만 함서희는 부산팀매드에서 그라운드 기술 보강에 열을 올린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높이면서 레슬링 기술을 익힌다"며 "남자친구인 (김)창현(30·부산팀매드) 오빠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창현은 그라운드 기술이 강한 격투기선수다. 함서희의 단점을 메워줄 적임자다. 함서희는 "UFC 진출 소식을 듣고 몸과 마음을 다해서 도와준다고 했다. 일반적인 커플들은 상상조차 수 없는 특별 훈련으로 데이트를 한다"며 웃었다. 함서희가 애텀급 신설을 기다리지 못하고 UFC에 나서는 건 김창현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여자 격투기선수로서 적잖은 나이다. 이번 도전을 마치면 꼭 결혼을 하고 싶다"며 "옥타곤에서 혼신을 불태운 뒤 여자로 살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함동석(59) 씨와 어머니 김미(51) 씨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함서희는 어릴 때부터 사내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씩씩한 성격을 눈여겨본 아버지는 딸이 여군이 되길 바랐다. 킥복싱과 태권도 단증을 따겠다는 함서희를 적극 지원했다. 아버지의 계획은 딸이 2004년 전국 킥복싱 신인왕전에 나간 다음 어긋났다. 준우승한 딸이 프로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10년이 흘러 서게 된 세계 최고 무대. 익숙해진 '콘로우(머리카락을 단단하게 여러 가닥으로 땋아 머리에 붙이는 스타일)' 머리를 다듬으며 그는 "언제부턴가 인상이 너무 강해보이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아빠, 엄마의 만류를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최선을 다 해야죠. 조금만 기다려요. 아빠, 엄마!"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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