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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첫 女 임원, 전경화 "직장女, 남성어로 말해라"

최종수정 2014.09.23 11:27 기사입력 2014.09.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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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프런티어] 라파즈한라시멘트 상무 "일 잘하는 방법…끊임없는 '공부'
직장내 결정권자 대다수가 남성..기회잡기 위해 직설화법 갖춰야
한국어·일어·불어, 그리고···남성어


전경화 라파즈한라시멘트 상무

전경화 라파즈한라시멘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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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고등학교 졸업 후 굴지의 국내 대기업에 들어간 그녀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챙겨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천주교 가정에서 자라면서 키워온 아프리카 선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선 프랑스어 공부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프랑스어를 공부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 화학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화학회사에서 10년간 몸담은 뒤, 또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시멘트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5년 후 국내 시멘트업계 최초로 여성임원에 올랐다.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전경화 상무(52)는 에너지가 넘쳤다.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시멘트업계에서, 그것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업 분야 최고책임자에 오르기까지 숱한 역경을 이겨낸 열정이 전해졌다. 자그마한 체구의 전 상무가 남성 일색의 시멘트업계에서 승승장구한 비결이었다.

 
◆리스크 테이킹과 끊임없는 자기 계발 = "리스크 테이킹(위험부담이 큰 일)해야 합니다. 남들이 피하는 어려운 일을 맡아 해당 업무에 대해 계속 공부했어요."
결국 전 상무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여성 리더십으로 흔히 말하는 '직장내 적을 만들지 않을' 원만한 성격이나 남자 직원들을 '안드로메다'로 보낼 강한 주량은 부수적이었다. 역시나 핵심은 실력인 것이다. 전 상무는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때마다 모르는 부분을 끊임없이 공부했다"면서 "일 잘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공부"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친 뒤 프랑스계 화학회사 로디아코리아에 입사했다. 새로 맡은 인수합병(M&A) 프로젝트 때문에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M&A 지식이 전혀 없던 전 상무가 인수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공부 말고는 길이 없었다. 첫 직장인 삼성물산 시절엔 일본어를 공부했다.

물류업무에 대한 교재가 대부분 일본어인 탓에 책한권을 번역할 정도의 실력을 갖출 때까지 일본어에 매진했다. 영업일을 처음 맡을 때에도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부터 쌓았다. 전 상무는 "워낙 새로운 일을 많이 맡아서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한 돌파구로 공부를 선택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전 상무의 경력은 한 마디로 '변화무쌍'하다. 사무직으로 입사해 영업 분야로 전환했고, 물류회사와 화학회사를 거쳐 시멘트회사까지 접수했다.

"남들이 도저히 못하겠다는 업무를 자진해서 맡았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고, 주어진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결과 자연스럽게 차별화된 것 같아요."

첫 도전은 영업직 전환이었다. 4년간 3명의 책임자가 바뀐 험난한 자리였다.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을 때 전 상무는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 라파즈한라시멘트로 이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라파즈한라에 자원재활용생산본부가 처음 만들어졌지만 지원자가 없자 외부에서 적임자를 찾던 중 전 상무가 지목됐다.

"내가 돋보이는 일을 선택해 열심히 했어요. 주변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여성들도 기회를 잡기 위해 리스크 테이킹을 할 필요가 있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하지만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소수인 여성이 겪는 서러움도 많았다. 전 상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초반에는 여직원은 동료 직원의 타이핑을 도맡았다.

그 덕분에 현재 전 상무는 비슷한 경력의 남성들보다 문서 작업이 탁월하다. 메모보다 타이핑이 더 빠를 정도다. 권 상무는 "제가 타이핑을 잘하게 된 것은 당시 같은 사무실에 있던 대리님들과 과장님들 덕분"이라며 "여자라서 차별받았던 일이 오히려 무기가 됐다"고 역설했다.

커피 심부름은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어 피해갔다. 전 상무는 여자라서 커피를 타야하는 상황이 싫어서 회의실에 미리 커피를 가져다놨다. 커피를 요구할 경우 스스로 물을 붓고 타먹도록 한 것이다.

"커피를 타면서 자존감이 상하거나 커피 심부를 거절해 까칠한 직원으로 낙인 찍히면 서로가 일하기 어려워지자나요. 내가 커피를 타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죠."

영업도 마찬가지다. 전 상무는 영업직에서 필수적인 술자리는 피할 수 없지만, 술을 덜 먹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았다. 업무로 만나는 사람에 대해선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사전 정보가 있어도 미팅 직전 모두 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다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女직장인, 직설화법으로 말하라 = 여성 직장인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선 '남성어(語)'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전 상무의 지적이다. 여성들의 경우 원하는 직위나 업무가 있을 때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은데 직장내에선 직설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내 결정권자가 대부분 남성인 만큼 우회적인 표현만으로는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 본사의 자리가 났다고 가정할 때 여직원은 직접 지원하지 않고,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이나 프랑스에 대한 관심을 전달하지요. 인사팀장이 여성일 경우 적임자라고 여길 수 있지만 남성들은 직접적으로 말해야 알아요. 남성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 상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당시 업무에 필요한 공부였던 만큼 한 시간 이른 퇴근은 물론 학자금까지 지원받았다. 그는 "부하직원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시키 위해 필요한 공부를 말리는 상사는 없을 것"이라며 "남성과 여성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다른 만큼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골드미스, 결혼에 초초하지 말아야= 전경화 상무는 마흔을 넘겨 결혼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그 업무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결혼이 늦어졌다. 그는 "결혼을 늦게해 좋은 점도 있다"면서 "나이를 먹은 만큼 여유가 생겨 부부싸움을 덜 하게되고, 딸아이 양육도 조금 더 너그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입지를 구축한 뒤 결혼하면서 출산휴가도 순조롭게 다녀왔다.

"여성들이 출산을 하면 회사 눈치를 보게되지만 업무 성과를 어느 정도 거둔 후에는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지요. 나는 가끔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업무를 유지했어요."

결혼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이 전 상무의 경험담이다. 그는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남성 직원들을 이해할 수 있어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조언했다. 골드미스들도 결혼을 위해 남편감을 찾는 레이더를 항상 켜둬야 한단다. 여성 직장인들이 '슈퍼우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과 집안일을 모두 완벽하게 하거나, 모든 사람한테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모든 일을 잘하려고 하면 쉽게 지쳐 일을 그만두게 되니까요."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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