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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앞서가는 뤽 베송‥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다(리뷰)

최종수정 2014.08.20 18:26 기사입력 2014.08.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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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스칼렛 요한슨

'루시'의 스칼렛 요한슨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역시 뤽 베송 감독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용광로 같은 에너지가 '루시'에서는 들끓다 못해 스크린 밖으로 줄줄 새어나오는 느낌이었다. 그가 연출하는 영화들은 언제나 한 발짝 정도가 아닌 열 걸음을 앞서가 있다. 너무 뻔한, 예측이 가능한 그런 영화는 거부한다. 그래서 뤽 베송 감독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다.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루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가 남자친구의 부탁으로 미스터 장을 만나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두뇌와 육체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얻는 이야기를 그린다. 설정부터가 독특하고 흥미롭다. 전개는 더욱 박진감 넘친다. 그 누구도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기에 감독의 상상력이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한다. 관객이 1을 생각하면 감독은 이미 2를 지나가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간은 평소 뇌의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주인공 루시는 특별한 능력을 얻으면서 뇌를 100% 사용하는 법을 익혀간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뇌의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른 사건들이 펼쳐진다.
'루시'의 최민식

'루시'의 최민식


영화는 아시아와 유럽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뤽 베송 감독은 "시나리오의 초고를 쓸 때부터 모든 게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아시아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싶었다"고 밝혔다. 20년 전 '제5원소' 홍보를 위해 방문한 타이완 타이페이의 기억이 뇌리에 깊게 남았고, 그곳에서 촬영하며 영감들도 많이 얻었단다.

극의 후반부에는 파리로 이동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때 히볼리 거리, 튈르리 정원, 소르본 대학, 발 드 그라스 육군병원, 벼룩시장 등 다양한 장소가 스크린을 채운다. 감독은 이들 나라의 지역적 특성을 완벽하게 살리면서 작품의 밑그림을 훌륭하게 깔았다. 그의 공간 활용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루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현란한 CG(컴퓨터그래픽)이다. 선사시대 모습부터 광활한 우주까지 폭넓은 배경들이 현실감 넘치게 그려졌다. 강한 액션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루시의 차 역주행신이 굉장한 짜릿함을 안겨준다. 혼잡한 일방통행 4차선 도로인 파리의 히볼리 거리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대낮에 최대 속력으로 자동차 질주를 펼쳐야 했다. 덕분에 아찔한 스피드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신이 탄생했다.
감독은 스칼렛 요한슨의 메이크업을 직접 수정할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했다. 스칼렛은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디테일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에는 절대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촬영장을 떠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루시'의 스칼렛 요한슨

'루시'의 스칼렛 요한슨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다. 여주인공 스칼렛 요한슨은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신비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그저 육감적 몸매의 아름다운 금발 미녀가 아니라 액션·드라마·멜로 어떤 장르에서도 본연의 매력을 발산하며 보는 이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그다.

이번 작품에서는 겁에 질린 여인에서부터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잃어가는 '컴퓨터 인간'까지 다채롭게 소화해내 화제가 됐다. 캐릭터의 성격이 변해갈수록 스칼렛 요한슨 역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국내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은 '루시'를 통해 지독한 악역으로 180도 변신했다. 독기 서린 눈빛과 뻔뻔스러운 표정, 얼굴의 주름 하나까지도 연기하는 디테일함은 최민식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여기에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과 이집트 출신 아마르 웨이키드 등이 힘을 합치면서 다국적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감독은 "각기 다른 문화들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배우들의 캐스팅 의도를 밝혔다.

'루시'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왜 태어났을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으로서 하루하루를 멍하니 소비하고 있는 게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매 장면 놀라움의 연속이며, 영화의 진화를 보여준다. 다양한 변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은 오는 9월 4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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