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영화와 그림, 음악이 뒤섞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며, 동시에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협업) 전시가 서울의 한 사설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화가 김남표와 마리킴, 영화감독 민병훈 그리고 음악가들이 협업한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주마등 또는 일련의 환상)'란 제목의 전시다.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4,5,6관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두 편의 영화 '감각의 경로'와 '페르소나'는 각각 김남표 작가와 마리킴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민 감독이 작가들을 배우로 내세워 약 500일간 밀착 촬영하며,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카메라로 담았다. 각각 15분 가량, 대사없는 짧은 영화는 작가들의 시선에 따라 영상들이 전개되며 작품에 녹아있는 작가들의 내면들을 묘사한다. 민 감독은 앞서 사진작가 김중만, 화가 임옥상, 중국화가 펑정지에 등을 주인공으로 해 영화를 찍기도 했다.
영화와 함께 전시장에 비치된 김남표 작가의 작품는 '인스턴트 풍경-양성성(Instant Landscape-Androgyny)' 시리즈로,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특이하고 몽상적인 배경으로 초현실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김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이다. 작품 시리즈 제목인 '앤드로지니(Androgyny)'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Andros(남성)’와 ‘Gune(여성)’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쉽게 말해서 ‘양성(兩性)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좀 더 나아가서는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완전체,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자연과 문명,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의 풍경이 혼재돼 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이질적인 대상들 간의 화면 속 조화를 통해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바로 음악이다. Hugh Keice(휴키이쓰)와 We are the Night(Instrument set)(위아더나잇)이 여러 음악들을 리믹싱(remixing)한 음악들을 듣게 된다. 전시 기간 중 매주 목, 금, 토 저녁에는 음악작업에 참여한 휴키이쓰와 위아더나잇의 공연을 전시장에서 직접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가나아트 관계자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예술에서 창작과 수용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라며 "한 개인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창작의 결과물이 다른 예술언어로 해석을 거듭하며 영화로, 음악으로 변주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장료 5000원, 전시+공연 티켓 1만원. 전시는 17일까지. 문의 02-736-102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