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못지않은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비서실장이다. 시장이 자신의 최측근을 앉힐 경우 자칫 그 권한은 제어장치가 풀린 채 청탁과 온갖 비리의 창구 역할을 하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 송영길 전임 시장 역시 자신의 고교동창생이며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물을 비서실장에 앉혔다가 그가 뇌물사건에 휘말리면서 임기내내 측근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유 시장은 이같은 송 전 시장의 전례를 밟지않겠다는 뜻에서 초대 비서실장에 이홍범 인천시 예산담당관을 임명해 선거 때 약속을 지켰다.
그는 기획재정부 2차관과 감사원 감사위원을 거쳐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일해왔다. 사외이사로 근무할 때는 1년에 18번 회의에 참석하고 6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적인 금피아 행보를 보인 인사로 찍혔다. 2011년 감사원에 있을 때는 비위업체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져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기획재정부 2차관 시절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한 전력 때문에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관피아 인사가 인천시 곳간을 투명하고 깐깐하게 챙겨야하는 경제부시장으로 적합한 것인지,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으로 비판을 받았던 사람이 과연 인천을 위해 일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유 시장이 인수위원의 한 명인 배 전 차관을 이미 낙점한 뒤 요식행위에 불과한 정무부시장 공모를 한 점도 지적됐다.
인사 간담회에서 관피아 논란과 유 시장의 측근 임용에 대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그가 과연 첫 인천시 경제부시장으로서 역량이 충분한가를 검증하는 것이다. 어차피 임명될 자리라면 현실적으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경제부시장으로서의 자질과 비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유 시장은 지난주 열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누가 시민을 위해 가장 역량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 인사의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우선해 배 전 차관을 발탁한 것도 이런 인사철학에서 나왔는지, 시의회 인사 간담회에서 유 시장의 인사 스타일을 어떻게 해석할 지 매우 궁금하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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