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9명 실종 사고 이후 또…재정위기 고조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항공사에서 수개월 만에 대형 사고가 2번이나 발생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항공이 받을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샤흐툐르스크 지역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는 곳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위험지역'이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네덜란드 항공사 KLM, 아랍에미리트의 에티하드항공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공을 지나지 않고 있다. 브리티시항공 측도 "하루 한 번 운항하는 런던~키예프 항공편만 제외하면 우크라이나 상공을 통과하는 노선이 없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지난해 11억7000만링깃(약 3785억184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4분기의 손실 규모는 4억4300만링깃이다.
3월 여객기 실종 사고 이후 4월까지 고객 3만명 이상이 말레이시아항공의 예약을 취소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5월에도 고객이 4% 줄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말레이시아항공의 주가는 27% 넘게 빠졌다.
이날 항공기 격추 사고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말레이시아항공은 다양한 회생안을 마련 중이었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항공에 대한 구제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항공의 최대 주주인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는 지난달 상장 폐지, 민영화, 다른 항공사들과 협력 확대 등 말레시아항공 구조조정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말레이시아항공의 주가는 1주 사이 42%나 치솟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말레이시아항공의 시련기는 더 길어질 듯하다. 미국 CNN 방송은 실종 사고의 초기 대응 부실로 비판 받은 말레이시아항공이 이번 격추 사고 이후 조사팀을 급파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추락한 이미지의 추가 실추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컨설팅업체 가빈 솔모니즈의 테드 가빈 이사는 "여객기 실종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항공의 사고 대응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특히 피격 항공기가 왜 위험지역 상공으로 비행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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