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작된 '엘리베이터 살인실험'이라는 제목의 몰래카메라다. 같은 해 개봉한 '퍼펙트(원제는 데드맨다운)'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촬영한 것인데 피험자들은 연출된 상황을 '사실'로 믿고 본능대로 반응했다. 그 다양한 반응이 공감을 이끌어낸 것일까. 몰래카메라 영상은 유튜브에 등록된 지 4일 만에 299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만약 당신이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몰래카메라인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섰을까, 아니면 놀라서 달아났을까, 혹은 나몰라라 외면했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후반부가 충격적이다. 홀로 남은 남자는 겨우 다른 차를 얻어 타지만 얼마 못가 참혹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자신을 버리고 출발했던 버스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승객 모두 사망한 것이다. 그 순간 남자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클로즈업 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여기사가 강도의 만행에 침묵한 승객들과 함께 자살했음을 암시하면서.
몰래카메라에 이어 버스44는 우리에게 '침묵'의 실체를 폭로한다. 타인의 불행에 침묵하는 것은 곧 '악의 편'임을. 사회 정의의 가장 큰 적은 '악' 자체가 아니라 그 악에 침묵하는 다수(多數)라는, 끔찍한 경고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저 버스에 탔다면? 침묵할 것인지, 침묵을 깰 것인지 답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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