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쁘거나, 습관은 우리 행동을 구속한다. 마치 태엽이 풀리면서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학교에 자주 지각한 학생은 직장인이 되어서도 출근 시간을 종종 넘긴다. 술만 마시면 꺼이꺼이 우는 밉상은 언제가는 또 눈물 콧물 짜는 바람에 동석자들을 민망하게 만든다. 업무 마감이 늦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다. 한 번, 두 번이면 실수이지만 세 번, 네 번이면 버릇이고 습관이다. 저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처럼. 1번의 대형 사고 전에는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경고가 있다. 그 경고와 징후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습관은 우리 사회의 집단 망각증이다. 세월호 이전에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씨랜드 화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가 꼬리를 물었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정부는 재발방지를 호들갑스럽게 약속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것은 망각의 늪에 묻혔다. 대책은 유야무야 사라지고 사고는 잊혀지고. 지금이야 세월호 참사를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지만 이 분노와 절망도 머지않아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그래서다.
'습관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빌리면, 좋은 습관이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 홀로코스트의 잔혹사를 안고 사는 유태인들의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다짐처럼, 사고의 상처를 치유는 하되 사고 자체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참사로 다시 분노하고 절망하지 않으려면.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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