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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모더니티' 어우러진 오르세미술관展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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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반출 어려운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 등장
고흐 작품 '시인 외젠 보흐의 초상'에 담겨진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서 5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앙리루소, 뱀을 부리는 주술사.

앙리루소, 뱀을 부리는 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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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부터 물질문명이 꽃을 피웠던 근대 파리의 모습까지. 오르세미술관의 19세기 소장품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그동안 한 번도 외부반출이 안됐던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과 빈센트 반 고흐의 '외젠 보흐의 초상' 등 인상주의와 그 이후인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 나비파 회화 등 그림 8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외젠 보흐의 초상'에서는 고흐와 시인 보흐와의 인연 속에 담겨진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근대 프랑스의 예술과 시대상을 포괄해 소개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그림 외에도 조각·사진·드로잉·공예품 90여점이 함께 나와 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 코즈발(Guy Cogeval) 오르세미술관장은 '뱀을 부리는 여인'을 두고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외부 반출이 그동안 안됐었고 처음으로 한국 서울에서 선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즈발 관장에 따르면 이 작품은 1930년대 프랑스의 한 유명 컬렉터가 기부한 것이다. 상상으로 만들어 낸 숲속에 뱀을 부리는 흑인 여성이 서 있는 그림에는 여인이 플루트을 연주하며 새와 파충류를 유인하는데, 관람객을 유혹하는 듯 최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물관 내 기획전시실을 들어서면 우선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양산 쓴 여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모델이 된 화가의 딸이 교외 산책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드가는 1860년대 새로운 직업군으로 나타난 무용수들의 모습을 조각으로 나타냈고, 1880년대부터는 이를 회화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순수한 색채에 풍부한 빛을 담은 인상주의 미술은 1886년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를 끝으로 과학적인 색채이론을 적용한 신인상주의 회화로 나아간다. 그 출발점을 알린 조르주 쇠라와 신인상주의를 발전시킨 폴 시냐크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고흐, 외젠보흐의 초상

고흐, 외젠보흐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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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퐁타방파' 즉 폴 고갱을 주축으로 도시를 벗어나 원시적인 삶을 갈망하며 퐁타방에 정착한 예술가그룹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 1888년 파리에서 아를로 떠난 고흐가 시인 외젠 보흐와 교류하면서 그렸던 시인의 초상화도 있다.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은 고흐의 작품 중 하나인 '아를의 방'의 실제 장소에 걸렸던 그림"이라며 "고흐는 외젠 보흐의 누이에게 '붉은 포도밭'이란 작품을 팔았던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이 작가가 생전 판매했던 유일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폴 세잔 역시 1886년 엑상프로방스 지방에 정착해 그림을 그렸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의 대표작인 '생트 빅투아르 산'이 나와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자연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원추, 구, 원통의 모양으로 변형시켜 표현한 기법은 피카소 등 입체파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조르주 가랑, 에펠탑

조르주 가랑,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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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인상주의 작품을 감상한 후엔 물질문명으로 경제적 부를 이룬 도시 파리에서 상류사회의 문화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어떠했는지를 기록사진과 당대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번성기였던 '벨에포크(아름다운 시절)' 시대 상류층의 사교활동과 무도회 등의 모습이 눈에 띄며, 툴루즈 로트렉의 '검은 모피를 두른 여인'처럼 창백한 화장을 한 여급 외에도 무용수,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인물을 모델로 한 초상화들이 당시 파리의 화려한 삶을 짐작하게 한다.
기 코즈발 오르세미술관장

기 코즈발 오르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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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엔 프랑스 미술사에서는 또한 '물질적이고 사실적인 것에서 벗어나 신화와 꿈을 그려야 한다'는 상징주의 운동이 일어난다. 이번 전시에도 오딜롱 르동, 피비 뒤 샤반느, 모리스 드니 등 관념이나 환영, 꿈을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 중 '나비파('선지자'라는 뜻)'라고 불렸던 작가들은 고갱의 영향을 받아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회화를 그려나가며 "회화는 평면"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피에르 보나르와 같은 작가는 작품 '바둑무늬 블라우스'에서 바둑이란 소재와 족자의 형태로 일본미술의 영향을 받았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상징주의 화가에 속한 앙리 루소는 파리에서 평생을 살았으면서도 자연의 원초적인 세계를 그렸다. 당시 파리에서 대규모로 조성된 식물원에 자주 들렀던 작가는 그곳에서 만난 식물들을 소재로 열대 자연과 야생을 상상해 그려냈고 그는 20세기 전위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김 학예연구사는 "오르세미술관의 대표 회화작품과 함께 근대 파리의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아우르자는 의견을 박물관에서 제안했다"며 "이번 전시는 인상주의와 모더니티가 함께 어우러진 전시"라고 평했다.

현재 오르세미술관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탈리아 로마와 멕시코에서도 소장품 전시를 펼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앞으로 몇주 내 일본 도쿄에서도 소장품 대여 전시를 갖는다. 오르세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일본에서는 '남성성'과 관련된 주제로 전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1만2000원. 문의 02-2077-90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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