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년 씰리침대 한국법인 윤종효 대표 "한우물만 파는 기업이 장수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10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업만 '잘 해내는 것'은 100년 기업의 비결이다. 바로 '장인 정신'인 것이다.
윤 대표는 나이키코리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몽블랑(108년)ㆍ뉴발란스(108년)ㆍ샘소나이트(104년)ㆍ씰리(133년) 등 4곳의 글로벌 100년 기업 한국법인에서 근무했다. 샘소나이트와 씰리에서는 CEO를 맡았다. 100년 기업을 경험한 그가 들려주는 '100년 기업의 비밀'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윤 대표는 "고객들이 새로운 제품을 원할 때마다 회사 내부에서도 '브랜드를 확장하자'는 요구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결국 확장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한 몽블랑과 샘소나이트도 이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한 분야에 집중한 케이스다. 'CEO들이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의 경우 양복ㆍ코트 등을 기획했다가 철수했고, 샘소나이트도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로 확장했다가 실패하고 가방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윤 대표는 "신사업에 대한 유혹을 이기고 잘할 수 있는 분야만 집중하는 '한우물 브랜드'가 오래 간다"며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자제력이 있는 브랜드가 오래간다"고 말했다.
100년 기업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기업공개(IPO)가 드물다. 샘소나이트도 지난 2011년에야 홍콩 증시에 상장됐고, 씰리 역시 2005년도에야 IPO를 신청했다. 윤 대표는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은 채로 가족경영을 하다 최근에 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기업은 불투명하다고 여겨지지만, 윤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비상장기업도 국제 기준에 맞춰 나름의 투명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외려 더 도덕적일 수가 있다"며 "IPO 기업 중에서도 CEO 급여를 몇백만 달러나 지급하는 곳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유독 100년 기업 중 오너기업ㆍ가족기업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자신이 전문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는 "오너의 도덕성이 보장이 될 경우 오너경영이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훨씬 낫다"며 "100년 된 기업이라도 의사결정이 빠르고 투자도 과감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기본 덕목이다. 윤 대표는 "씰리의 경우 오래 일한 직원들이 여전히 남아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딜러십의 경우도 이익에 따라 업체를 바꾸기보다는 오랫동안 같이 가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오랫동안 한 조직에 머물면서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더욱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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