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직업교육이 강조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직업학교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 대학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이나 세금혜택, 학자금 대출 혜택 등을 못받을 뿐만 아니라 우수 교수진들마저 전문대학으로 유출되는 상황까지 겪고 있다.
교육부 측은 학자금 '상환능력'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은 현재 대출 상환능력이 없지만 학업을 마친 후 상환 능력이 생길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직업학교 학생들은 현재 직업이 있는 상태에서 병행하며 실무교육을 받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현재도 학비를 납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직업학교 재학생 다수가 고교를 갓 졸업한 이들이거나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란 점을 제대로 보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H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직업전문학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조달하는 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해외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한 학생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오히려 대학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업학교들이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 우수한 교수진들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어 차별에 이어 인력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H직업전문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애완동물학부의 학과장이 S전문대로부터 영입돼 그만둔다고 알려와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H직업전문학교는 S전문대에 항의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흔한 일"이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한 직업학교 관계자는 "제도권 학교가 수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탄탄한 직업 교육을 실시하는 우리 학교가 훈련시설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직업학교가 더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인가를 받은 전국의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은 740~750여곳에 이르며 이 중 직업학교 관련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신청해 평가를 거친 뒤 학점은행제를 운영하는 곳은 100여곳 정도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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