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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방황하는 칼날' 캐스팅, 스케줄 맞는 사람 나밖에 없었겠죠"(인터뷰)

최종수정 2014.04.10 11:25 기사입력 2014.04.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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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뉴스팀]벚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날, 시리도록 하얗게 쌓인 눈밭에서 고독한 추격을 펼친 한 남자를 만났다. 바로 10일 개봉한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의 정재영이다.

이 영화는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로 전락한 아버지 상현(정재영 분),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이성민 분)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그렸다. '베스트셀러'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정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우리 사회에 피할 수 없는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이정호 감독과 처음 만났죠. 배우의 감정선 위주로 리얼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이 감독은 경상도 출신이라 평소에 남자답고 무뚝뚝하면서 다소 욱할 때도 있어요. 반면 연출할 때는 배우에게 특정한 강요 없이 컷도 잘 하지 않고 진짜 연기가 나올 때까지 인내하는 스타일이에요.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이 우연히 나오면서 그게 더 좋을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이죠."

이 감독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재영을 생각했을 때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존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았고, 어떤 아버지를 연기할지 전혀 상상이 안 돼 정재형에게 출연을 제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상현 역에 딱 저를 놓고 쓴 게 아니라 여러 명의 캐스팅 리스트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 중에 스케줄이 맞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겠죠. 그 때 여유로웠어요.(웃음) 제가 최선책이 아니라 차선책이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캐스팅부터 영화 촬영까지의 모든 과정이 남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남녀가 만날 때 항상 이상형을 만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상형을 만난다고 해서 백년해로하지도 않고요. 솔직히 제 와이프도 (저의) 이상형은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만나고 나니 서로 마음이 잘 맞고 사랑을 키워나가면서 오래 살게 되면 운명이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영화도 처음 시작할 때는 배우와 감독이 서로 잘 몰라도 끝날 때쯤 되면 감독은 배우를 사랑하게 되고 배우도 감독을 사랑하게 되죠. 이 모든 것이 운명 아닐까요. 물론 저는 운명론자는 아닙니다만."
 

 


'방황하는 칼날'은 국내에서 '백야행'과 '용의자X'로 영화화된 바 있는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새롭게 각색해 원작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 영화에 대한 공감도를 높였다.

"아직 원작을 읽지는 않았어요. 계속 읽지 않게 되요.(웃음) 집에 책은 있는데 막상 읽으려고 하니 책의 두께 때문에 엄두가 안나요. 두께로만 보면 영화시간이 여섯 시간 될 것 같아요.(웃음) 사실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아요. 대신 영화나 미드, 웹툰을 많이 보죠. 직접적으로 와 닿고 편한 것 같아요."

실제 두 아들의 아버지인 정재영은 영화 속에서 평범한 '딸바보'다. 상현은 칫솔질하다가 등교하는 딸을 배웅하고 방직공장 일에 지쳤을 때는 휴대폰 바탕화면의 딸 사진을 보고 피곤을 달랜다.

"영화 밖의 저는 이기적인 아빠예요. 제가 실천하면서 자식들에게 요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언행일치 되지 않는 아빠죠. 가령 저도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서 애들에게 독서하라고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죠. 또 TV 시청은 해롭다고 하면서 저는 보죠. 애들 학교 가는 시간에 일어나지도 못해서 영화처럼 배웅도 못해요.(웃음)"

 

 


극중 상현의 딸 여중생 수진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상현은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범인을 발견한다. 우발적으로 범인을 죽인 상현은 또 다른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눈 덮인 강원도로 찾아 나선다.

"상현이 굉장히 대단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해요. '테이큰' 식의 복수는 허구에 가깝고, 실제의 특수요원 출신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저였다면 물론 범인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지만 감성과 이성이 함께 가기 때문에 갈등하다가 울면서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영화처럼 덤볐다가 지면 어떡해요. 얼마나 무서워요."

공교롭게도 최근 '방황하는 칼날'과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전북 군산에서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이 지목한 용의자를 살해한 아버지가 경찰에 자수했다.

"이런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아야겠죠. 정말! 절대로!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사건 속 아버지가 그 이상으로 해도 정당해요. 하지만 사람마다 입장 차이가 있으니까 정당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가해자 부모입장에서는 당연히 정당하지 않겠죠. 작품 속 상현에게도 사이코라 욕하겠죠. 미친 사이코 아버지라고."

"이처럼 영화를 보실 때 누가 옳다 그르다 문제보다는 아버지의 심정, 가해자의 심정, 시민들의 심정 등 인물들 각자의 심정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과연 내가 저 인물들 중 누구였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어떤 심정이었을까, 누구를 욕할까, 누구를 지지할까 등 말이에요. 또 올바른 사회, 올바른 형사상, 올바른 부모상 등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셨음 해요."

 

 




e뉴스팀 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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