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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오락인가 VS 병적 탐닉인가"‥문학예술속의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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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소설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중독자였다. 도박욕구가 충족되고서야 비로소 창작에 전념했다. 그의 두번째 아내 안나는 가끔씩 도박 밑천을 대주는 등 때로 방관하는 모습으로 창작을 독려했다. 여러 학자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청결치 못한 삶에 대해 평탄치 않은 가족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어린 시절 신경질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자신감을 잃고 불안, 우울에 시달렸으며 이런 배경이 도박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왜 도박을 하는가 ? 단순히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놀이인가 혹은 정신적 결핍에서 오는 병적·심리적 탐닉인가. 하여간 도박은 어떤 욕망과 연관돼 있다. 이에 대해 명확히 정의된 이론은 없다. 그러나 도박에 빠지면 파멸에 이르고 지독한 고통을 맛보게 된다는 건 명백하다.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운과 확률을 상대로 한 내기다. 승패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결정되며 결과는 불확실하다. 때로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한 도박은 살인이나 강도 등 상대와 피해자가 있는 범죄와는 달리 국가가 정책적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피해자가 없는 합의적 범죄'다. 이런 범죄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집단은 '국가'다. 국가는 도박을 범죄와 고용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는 이중적 잣대로 이해한다. 따라서 경마, 경정, 경륜, 복권, 카지노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법률적으로 도박을 허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도박 중독으로 인한 치료와 예방·완화 등을 담당한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합법적인 사행산업 매출액은 17조원인 반면 도박중독으로 안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78조원에 이른다. 78조원에는 도박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고스란히 생산 활동에 투입된다는 점을 전제로 여가활동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비용이기는 하다. 따라서 도박의 진정한 피해자는 전 국민인 셈이다.

도박산업과 관련해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도박이 많아져 도박 폐해가 늘었다는 '기관차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과 합법도박을 규제하면 불법도박이 성행한다는 '풍선효과'를 주장하는 사람이 팽팽히 맞선다. 그러나 이들 모두 도박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 한다.
황현탁 전 한국카지노협회 부회장은 '그대가 모르는 도박 이야기'라는 저술을 통해 도박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한다. 그는 이 책에서 도박의 정의와 문제점은 물론 문학예술속에 그려진 도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을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박이 나쁘다거나 배척할 대상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의견을 내놓지는 않는다. 즉 여러 장르의 도박 이야기를 모아놓은 총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학과 예술속에 그려진 도박 이야기, 도박계를 흔들었던 '도신'들의 일화는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도박을 그린 작가·예술인이나 도신들의 결론은 한결같다.

"포커판에서 히든카드는 믿지 마라. 세상과의 한판승부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세상은 게임의 상대가 아니라 당신을 포함한 삶의 무대다."

또한 조언한다. "돈을 따면 일단 튀라. ‘조금만 더’를 기대하지 마라. 맨손으로 고객의 돈을 빼앗는 딜러를 당할 재간도, 승률 100%를 보장하는 전략도 없다. 도박! 누군가에는 오락, 누군가에게는 나락! 삶의 활력소로 삼을 것인지 절망의 구렁텅이로 삼을 것인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예술가들도 오랫동안 도박에 주목해 왔다. 수많은 작가들이 도박을 소재로 불빛이 화려한 밤, 넘실대는 돈, 환락 속 허황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허약함을 그렸다. 그리곤 인간의 나약함과 선악의 양면성을 소설, 시,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드라마로 재가공하고, 음악과 미술속에도 새겨 넣으며 다양한 인생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황현탁 지음/깊은 샘 출간/값 1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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