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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라망신 시킨 '아프리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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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12일 '아프리카예술박물관'(경기 포천시 소홀읍 무림리 소재) 소속 해외예술노동자 숙소를 찾은 사람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 했다. 숙소는 쪽방보다 비좁고, 곰팡이가 얼룩져 있었으며 현관유리창이 깨져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돌아눕기조차 어려운 침대는 곧 무너질 듯 삐걱거렸다. 현장을 접한 한 여성은 금세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른 이들도 한숨만 토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이는 "도저히 미안하다는 말도 안 나온다"며 거주자들과 눈길도 마주치지 못 했다. 방문자들은 모두들 죄인처럼 고개를 떨궜다. 마을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더욱 참담했다. 간혹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숙소라도 개선해 주라고 항의했지만 박물관 측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이 건네준 수박을 박물관장이 빼앗아 간 적도 있었다. 그리곤 외국예술인과 접촉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현재 박물관과 계약된 외국예술인은 짐바브웨 출신 조각가 4명과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수 등 공연예술가 8명이다. 작년 초 저임금, 고된 노동, 열악한 환경에 못 견딘 예술인 4명이 달아나 버린 일도 있었다. 이후 나머지 예술인들은 여권도 빼앗기고, 일주일에 6일 동안 하루 16시간 작업하거나, 6회 이상 공연하는 등 중노동에 시달렸다.

한국에 오기 전, 계약된 사항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받는 한달 임금은 65만원. 여기서 각종 세금과 월세, 전기료를 제외하면 남는 돈은 40여만원. 연장근무수당이나 연차휴가는 언감생심. 항의했다가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박물관은 여러 공공기관 및 지자체로부터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챙겼다.

더욱 경악스러운 건 이사장이 현 집권여당 사무총장이라는 점이다. 박물관 경영진은 외국예술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와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여론이 들끓자 온갖 변명만 일삼고 있다. 체불 임금 지급, 숙소 개선에 나서기로 해 사태는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사과도 반성도 없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나서길 바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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