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눕기조차 어려운 침대는 곧 무너질 듯 삐걱거렸다. 현장을 접한 한 여성은 금세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른 이들도 한숨만 토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이는 "도저히 미안하다는 말도 안 나온다"며 거주자들과 눈길도 마주치지 못 했다. 방문자들은 모두들 죄인처럼 고개를 떨궜다. 마을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더욱 참담했다. 간혹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숙소라도 개선해 주라고 항의했지만 박물관 측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이 건네준 수박을 박물관장이 빼앗아 간 적도 있었다. 그리곤 외국예술인과 접촉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한국에 오기 전, 계약된 사항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받는 한달 임금은 65만원. 여기서 각종 세금과 월세, 전기료를 제외하면 남는 돈은 40여만원. 연장근무수당이나 연차휴가는 언감생심. 항의했다가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박물관은 여러 공공기관 및 지자체로부터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챙겼다.
더욱 경악스러운 건 이사장이 현 집권여당 사무총장이라는 점이다. 박물관 경영진은 외국예술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와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여론이 들끓자 온갖 변명만 일삼고 있다. 체불 임금 지급, 숙소 개선에 나서기로 해 사태는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사과도 반성도 없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나서길 바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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