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컵 대회 사나이' 기성용(25)이 선덜랜드를 29년 만에 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선덜랜드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13-14시즌 잉글랜드 캐피털원컵 4강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그러나 1차전 2-1 승리로 최종합계 3-3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2-1로 이겼다. 1985년 준우승 이후 29년 만의 리그컵 결승 진출이다. 3월 3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기성용은 그동안 컵 대회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셀틱 소속이던 2011년에는 스코티시컵 결승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3-0 승리를 견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잉글랜드로 이적한 지난 시즌에는 스완지시티 유니폼을 입고 캐피탈원컵 정상에 등극했다. 팀 창단 101년 만의 첫 우승이다. 명성은 올 시즌 임대 이적한 선덜랜드에서도 통했다. 잉글랜드 무대 데뷔 골도 리그컵에서 나왔다. 지난달 18일 첼시와의 8강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후반 13분 쐐기 결승골을 넣어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겪은 부침을 딛고 한층 강해진 기량이 돋보인다. 기성용은 작년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가대표팀 감독을 조롱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때문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뒤 스완지시티 주전경쟁에서도 밀렸다. 공교롭게도 뜻하지 않은 선덜랜드 임대 이적은 오름세를 타게 된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해 9월 둥지를 옮긴 기성용은 새로 부임한 구스타보 포예트(47·우루과이) 감독과 궁합이 잘 맞았다. 포예트 감독은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했다. 기성용은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과 스완지 시절 주로 수비라인 가까이서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대부분 체력이 떨어지면 볼 컨트롤과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기성용은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한다"며 "스코틀랜드 시절 거친 몸싸움을 이겨낸 경험에 선덜랜드에서 계속 경기에 출전하면서 체력과 정신력이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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