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7일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유럽계 게임사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에게 한국의 게임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는 게임은 하버드대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준다며 게임의 순기능을 수차례 역설했다. '입증해 보일 것'이라는 되뇌임은 자신이라도 나서 우리 정부 관계자를 설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외국 게임 전문가에게 비친 국내 게임 규제는 상식 밖의 황당함, 그 자체였다.
민간이 이양받아 두 번째로 치러진 올해 지스타는 32개국 512개 기업이 참가해 규모면에서는 성장했다. 해외 유료 바이어도 지난해 대비 66.3% 이상 증가한 1400여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게임 옥죄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했다. 그나마 부스를 마련한 넥슨의 서민 대표와 다음의 최세훈 대표가 부산에 내려오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지도 않았다.
게임 산업이 또 다른 한류임은 여러 통계 수치에서 보여주고 있다. 한국 게임에 대한 경쟁력도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지스타는 한국을 찾은 외국 손님들에게 우리의 '한수'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게임을 사회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게임 축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외국 게임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황당한 규제가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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