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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하이브리드 도요타'로 한국서 독일車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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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의 선전포고

리콜·日대지진 악재 극복
전차종 그린카로 승부수


[아시아초대석]'하이브리드 도요타'로 한국서 독일車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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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도요타자동차의 상황은 웬만한 대기업이었다면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3년 전을 회상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도요타에 지난 3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리먼쇼크로 2009년에는 설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역대 최대 규모의 대량 리콜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의 차량을 리콜하면서 브랜드가치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만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가공할 만한 위력의 쓰나미가 몰려와 동북부 지역이 초토화됐다. 크고 작은 제조시설들이 완전히 파괴됐다.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까지 폭발하면서 전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최악의 쓰나미 이후 상당수의 일본 자동차 공장은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전기공급은 물론 부품공급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출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대량 리콜사태에 이은 생산차질로 설립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지난해를 회상했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 1위 도요타의 위기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 닥친 잇단 악재로 독일차 브랜드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도요타의 대량 리콜사태가 터진 이후 2년.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도요타에 닥친 시련을 한국에서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다. 그는 2010년 1월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년 동안을 이같이 정리했다. “극복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스스로 대외악재를 어느정도 해소했다고 판단한 이후에도 좀처럼 이전의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독일차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입차 시장이 연간 10만대 시대를 열었지만 독일차 브랜드와 도요타, 렉서스 브랜드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은 웃고 있지만 뭘 해도 통하지 않았다”며 답답했던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의 진가는 최악의 상황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12년 1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도요타자동차의 대표 모델 신형 캠리를 발표, 도요타 브랜드의 '부활'을 예고했다.

신형 캠리 출시 행사에 지난해 6월 도요타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도요타 아키오 사장도 초청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펼치기 시작했다. 도요타 창업 일가의 4세이자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야말로 한국시장에 대한 도요타 본사의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캠리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에 선순위로 신형 캠리를 출시한 것은 위기 이후 실추된 도요타 브랜드를 조기에 안착 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매달 평균 1대 이상의 신차를 내놓으며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는 점에 집중해 오고 있다. “과거의 도요타, 렉서스 브랜드 이미지는 잊어달라”는 언급에서는 새로운 도요타, 렉서스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조용하지만 타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이미지를 탈피해 '보면 멋있고, 타면 즐겁고, 사면 만족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취임한 지 2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난 2012년 10월. 뼈를 깎는 그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도요타 신형 캠리를 비롯해 프리우스가 올 들어 베스트셀링카 톱10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강남쏘나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던 렉서스 ES시리즈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해 독일 디젤차와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도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데 이어 지난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ES시리즈 3대 중 2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며 판매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남은 하반기에도 릫극복과 도전릮의 이야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한국적인 외국인 CEO가 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어 수준이 높아져 신차 발표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장에서 직접 한국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정도로 나카바야시 사장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열정과 사랑은 여전하다.

다만 런던올림픽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 관계가 걸림돌이지만 그는 “한국기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하게 노력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판매네트워크 및 사후서비스(AS) 확대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대외적인 상황과 별개로 판매와 직결되는 딜러십, 판매네트워크 강화 등에 투자를 지속하면서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촘촘한 AS망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진정한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는 말로 파격행보를 지속할 것을 예고했다.

일주일에 2~3일 전국 전시장을 돌며 딜러들을 독려하는 데도 적지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대외적인 상황에 딜러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해서다. 최근에는 ES출시 이후 판매 대수가 급증할 것을 예상, 출고차량 인도 등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고 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2015년까지 도요타 브랜드를 수입차 업계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최악의 위기를 이겨낸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의 신심(信心)이 어떤 황금알을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마케팅 분야 30년 근무한 기획통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도요타 자동차에 입사해 마케팅과 기획부문 등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호주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지역과 관계된 업무에도 관여를 했으나 유독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과 인연이 깊었다. 1987년 도요타자동차 해외기획부 소속으로 아시아 지역을 담당했던 것을 시작으로 이후 아시아지역 계획실 실장, 아시아지역 영업실 실장, 도요타 브랜드 한국출시 프로젝트 담당 등을 거쳤다.

'가깝고도 먼' 한국이라는 국가에 부담감을 안고 2010년 1월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문화적 이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는 부정적인 대외요인이 항상 그를 괴롭혔다.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미국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터지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 급부상하기 시작한 독일 자동차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인 지난해 대지진에 이어 원전폭발사고가 발생해 일본 본토의 생산라인이 수개월 동안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고 부품공급 차질 등으로 품질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다. 사면초가의 상황이 지속됐던 셈이다.

그는 힘겨웠던 2년을 보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로 '부활'을 선언했다. 올해는 그에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시간이었다. 특유의 뚝심으로 1월부터 월평균 1대 이상의 모델을 출시하고 파격적인 판매프로모션을 내놨다. 추락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장동건, 김태희 등 톱스타를 앞세운 마케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4분기의 시작을 알리는 10월. 한국토요타는 지난해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회복했다. 대표 중형세단 '캠리'와 이른바 '강남쏘나타'라고 불리는 신형 ES시리즈를 론칭해 일본 브랜드의 부진 속에서도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3~4개의 모델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약력 ▲1960년 일본 지바현 ▲1982년 도요타자동차 입사 ▲1987년 해외기획부 ▲1994년 아시아부 ▲1998년 인도네시아 판매 마케팅담당 경영코디네이터 ▲2000년 아시아부 아시아 지역 판촉·수급 관리 ▲2006년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 지역 계획실장 ▲2009년 도요타 한국출시 프로젝트 담당 ▲2010년~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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