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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나눔이 내 열정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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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나눔이 내 열정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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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바이올린의 여제(女帝)', '현의 마술사', '아시아의 암호랑이', '동양의 마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수식하는 말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엄격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독보적인 연주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다 최근 그녀의 행보에 비추어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겠다. 바로 '동행(同行)하는 거장(巨匠)'이다.

음악에만 깊이 파고들어 전세계를 종횡무진하던 정경화는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의도치 않게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해 다시 성공적으로 무대에 복귀했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한결 여유있고 편안하다. 다시는 무대에 서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딛고 꿈에 그리던 무대에 다시 섰으니, 감사한 마음 뿐이다.
"나이를 먹으니 내려놓는 게 많아서 결정이 쉬워졌다"는 정경화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줄곧 '기부'와 '후원' 그리고 '평화'를 강조했다. 앞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연주뿐만이 아니라 소외되고, 음악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활을 잡겠다는 게 그녀의 계획이자 사명이다. 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의 주제도 '아프리카 회복과 치유를 위한 나눔'이다. 공연 수익금은 전액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내가 1961년도에 순전히 재주 하나 가지고 미국에 가서 공부했는데, 1969년까지 일절 돈을 안냈다. 미국은 그만큼 기부나 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어서 혜택을 많이 받았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9.11 테러 이후부터는 위기의식에 기부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이런 부분에서는 강한 나라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까 상황이 틀리더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어린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이번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후원 연주회다. 정경화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이미 정경화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 르완다의 아이들에 대해 꾸준히 후원을 해오고 있다. 자선 음악회라고 해서 이번 무대를 쉽게 갈 생각도 추호도 없다. 연주회에서 정경화는 슈베르트 소나티네 1번, 베토벤 소나타 7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을 들려준다.
"자선음악회라서 거기에 맞추기 보다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예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들려줄 곡들은 음악의 조예가 깊은 사람도 좋아하고,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무게가 있고 신비한 그런 곡들로 선택했다. 공연에서는 철저히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메신저가 되어서 관객들을 감동시켜야한다."

함께 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인간미가 넘치고 겸손한 데다 자기 음악에 대해서는 말도 못하게 섬세한 사람이라는 평이다. 원래 연주가들 사이에 파트너쉽이 생기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함께 지내봐야 하는데, 케빈과 정경화는 1년을 했지만 호흡이 척척이다. 올 하반기에는 일본과 중국, 내년에는 미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예민하면서도 깐깐하고, 지독하게 완벽주의자라는 평을 받는 정경화에게도 의외의 모습은 많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발밑에서 뛰노는 강아지 두마리의 이름은 위대한 작곡가의 이름을 딴 '클라라(슈만)'와 '요하네스'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가 궁금해서 드라마도, 가요도 즐겨 듣지만 여전히 '이미자'의 팬임을 자처한다. 태풍으로 인한 궂은 날씨에는 기분이 가라앉아 힘들었다고도 털너놓는다.

그렇지만 어느 것도 바이올린 만한 게 없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와는 정말 지독한 인연이고, 타고 난 운명이기 때문에 절대 끊을 수 없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모든 사람들에게 그 자신에게 맞는 유일한 점을 주셨는데 '바이올린'은 내게 맡겨진 '나만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또 정경화는 어린이들이나 후배들이 '커서 정경화처럼 될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 속상하단다. "세상에 자기 자신은 하나밖에 없는 것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나처럼 될 수 있겠나. 얼마든지 흉내를 내면서 배울 거리를 찾는 것은 괜찮지만, 자기 자신의 길을 찾는 게 가장 우선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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