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진(33) 목사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흑인 강도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적이 있다. 그후 피터 목사의 부모는 운전 중 흑인들이 옆을 지나갈 때마다 차 문을 잠갔다고 회상한다.
미국 대도시에서 지역 한인사회와 흑인사회간의 갈등은 뿌리깊다. 1991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터진 로스앤젤레스(LA)폭동사건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집은 다른데 두고 가난한 흑인 지역에서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올해 초에는 흑인이자 전 워싱턴DC시장을 역임한 매리언 배리 시의원이 “흑인 거주구역에서 불결한 아시아인들의 가게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3년 전부터 흑인 거주지에서 흑인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고 있는 진 목사는 남다른 관심과 존경을 받고 있다. 원래 의사가 꿈이였던 그는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에서 의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시절 기독교 여름캠프에 참가한 것이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랭던에서 3년 넘게 지내는 동안 한인 출신이라는 그의 ‘차이’는 사라졌다. 그는 완벽한 지역 흑인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진 목사는 "한인 출신 2세대인 내가 여기서 깨달은 것은 처음 내가 가졌던 모든 걱정이 부모 세대의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이었다“면서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문화 속에서 자란 나와 같은 이들의 경험은 흑인사회 문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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