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책방'이 이곳 창천동에 자리 잡은 게 벌써 20년 전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의 몰락과 더불어 헌책방 역시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공씨책방'은 80년대 회기동과 광화문 시절을 거쳐 3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가게를 둘러보니 15평 남짓한 공간에 그 흔한 CCTV 하나 없다. 최씨는 "옛날엔 책도둑은 도둑으로도 생각 안했으니까 감시 같은 건 아예 할 생각도 안했지. 요즘은 다른 곳들도 죄다 CCTV 달고 한다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단순히 책만 사고파는 책방은 싫다고 말한다. 카운터에 지키고 서서 손님이 책을 가져오면 바코드를 찍고 계산이 끝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곳 말이다. 책들은 대부분 가격이 연필로 써져 있고, 대강의 분류는 있지만 정확히 가나다라 순으로 진열돼 있지도 않다.
하지만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최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손님들과의 사이에 끈끈한 소통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 그로서는 무척이나 적적한 일이 돼버렸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 중고 코너가 생긴 이후론 헌책방들도 하나 둘씩 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고, 손님 중엔 그곳에 유통시키기 위한 책들을 사러 오는 이들이 늘었다.
최씨는 "큰 가방을 들고 와서는 만화나 절판된 시집 등 희귀하거나 돈이 된다 싶은 책들만 쏙쏙 골라 싹쓸이해가는 손님들이 있어. 아마 온라인 중고서적 코너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려는 거겠지. 예전엔 단지 책을 좋아하거나 자기가 읽으려고 사는 손님들이 많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인지 최씨는 도통 자리를 떠날 줄 모르는 손님들에게 눈치를 주는 법이 없다. 한참이나 눌러 있다가 결국 빈손으로 문을 나서는 이나 한꺼번에 수십 권의 책을 사가는 손님이나 그에겐 일반이다.
최씨는 "편한 것을 쫓는 걸 말릴 순 없지. 인터넷에서 주문만 하면 뚝딱 배달되는 세상인 걸. 다만 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들. 그런 스토리가 사라지는 게 짠해"라며 못내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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