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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커피에 빠진 대한민국 <올 어바웃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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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위장에 침투함과 동시에 총체적 동요가 발생한다. 생각이 전쟁터에 출격한 나폴레옹의 대군처럼 움직이면서 한바탕 전투가 시작된다. 기억은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을 들고 전속력으로 출격한다...(중략)...어느새 종이는 잉크로 뒤덮인다. 왜냐? 이 전투는 애당초 검은 물이 도발해 검은 물로 종결된다.'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는 하루 12시간씩 글을 쓰면서 이 검은 물을 마셨다. 이 검은 물이 바로 커피다. 프랑스 문필가 중에서 가장 열렬한 커피 애호가인 발자크는 커피를 통해서 아이디어와 즐거움을 얻었다.
프랑스의 외교관이었던 탈레랑 공은 최상의 커피를 단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한 때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 남긴 것으로 잘못 알려진 이 명언은 바로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올 어바웃 커피/윌리엄 H. 우커스 지음/ 세상의 아침/ 1만8000원

올 어바웃 커피/윌리엄 H. 우커스 지음/ 세상의 아침/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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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무알코올 음료인 코코아, 차, 커피 가운데 유럽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코코아다. 1528년 스페인 사람을 통해 유럽에 코코아가 소개됐고,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610년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차를 유럽에 들여왔다. 이후 1615년에 이르러서 베니스 무역상들이 커피를 전파시켰다.

하지만 커피가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유럽 최초로 커피를 받아들인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며 탄압했다. 커피 반대론자들이 기독교 세계에서 커피를 추방해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던 것이다. 하지만 커피의 맛과 향에 반한 교황 클레멘트 8세가 커피에 대해 '진정한 기독교의 음료'라는 세례를 내린 이후 '커피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시기가 펼쳐진다.

바로 17~18세기 런던과 파리에서 꽃핀 '커피하우스'문화다. 당시 커피를 소재로 한 시와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으며, 당대 유명한 학자와 문인 등은 커피하우스에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다. 영국의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는 "커피하우스의 역사는 다름 아닌 사람들의 관습, 윤리, 정치의 역사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벌였던 초창기 커피하우스에는 특이한 '이용수칙'이 내걸리기도 했다. '욕설을 할 경우 벌금 12펜스를 부과할 것입니다. 싸움을 일으킨 손님은 속죄의 뜻으로 모든 손님에게 커피를 한잔씩 돌려야 합니다. 토론 시에는 큰 소리를 자제해 주십시오' 등의 항목이 이용수칙에 포함됐다. 커피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런 일화들은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특성과 풍속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수세기를 뛰어넘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 현재 '커피앓이'에 한창이다.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1명 당 338잔의 커피를 마셨다. 5년 전에 비하면 무려 131잔이 늘었다. 지난달 27일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커피시장 수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피수입액은 2007년 2억3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1700만 달러로 210%가량 늘어났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두 집 건너 한 집이 모두 까페다. 이제 사람들은 점심 식사 이후 자연스럽게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실제로 바리스타를 꿈꾸거나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나 서점가에 '커피 관련 도서'도 봇물이다. 커피 카테고리에 꽂혀 있는 수 십 권의 책 중에서 감히 '커피의 모든 것'을 자처하는 책이 눈에 띈다. 제목도 '올 어바웃 커피'다.

세계 20여개국에서 출간된 ' 어바웃 커피'는 사람들이 커피를 즐겨온 역사와 커피를 끓이는 방법, 도구의 변천사 등이 잘 정리돼 있다. 그러나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들의 삶과 문화, 당대의 사회상까지 생생한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커피하우스를 묘사한 문학작품, 커피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작품도 재밌는 읽을거리다. '전 세계 100만 바리스타의 필독서'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커피와 함께하는 즐거운 독서시간을 선사할 책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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