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는 하루 12시간씩 글을 쓰면서 이 검은 물을 마셨다. 이 검은 물이 바로 커피다. 프랑스 문필가 중에서 가장 열렬한 커피 애호가인 발자크는 커피를 통해서 아이디어와 즐거움을 얻었다.
세계 3대 무알코올 음료인 코코아, 차, 커피 가운데 유럽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코코아다. 1528년 스페인 사람을 통해 유럽에 코코아가 소개됐고,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610년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차를 유럽에 들여왔다. 이후 1615년에 이르러서 베니스 무역상들이 커피를 전파시켰다.
하지만 커피가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유럽 최초로 커피를 받아들인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며 탄압했다. 커피 반대론자들이 기독교 세계에서 커피를 추방해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던 것이다. 하지만 커피의 맛과 향에 반한 교황 클레멘트 8세가 커피에 대해 '진정한 기독교의 음료'라는 세례를 내린 이후 '커피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시기가 펼쳐진다.
바로 17~18세기 런던과 파리에서 꽃핀 '커피하우스'문화다. 당시 커피를 소재로 한 시와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으며, 당대 유명한 학자와 문인 등은 커피하우스에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다. 영국의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는 "커피하우스의 역사는 다름 아닌 사람들의 관습, 윤리, 정치의 역사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수세기를 뛰어넘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 현재 '커피앓이'에 한창이다.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1명 당 338잔의 커피를 마셨다. 5년 전에 비하면 무려 131잔이 늘었다. 지난달 27일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커피시장 수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피수입액은 2007년 2억3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1700만 달러로 210%가량 늘어났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두 집 건너 한 집이 모두 까페다. 이제 사람들은 점심 식사 이후 자연스럽게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실제로 바리스타를 꿈꾸거나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나 서점가에 '커피 관련 도서'도 봇물이다. 커피 카테고리에 꽂혀 있는 수 십 권의 책 중에서 감히 '커피의 모든 것'을 자처하는 책이 눈에 띈다. 제목도 '올 어바웃 커피'다.
세계 20여개국에서 출간된 ' 어바웃 커피'는 사람들이 커피를 즐겨온 역사와 커피를 끓이는 방법, 도구의 변천사 등이 잘 정리돼 있다. 그러나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들의 삶과 문화, 당대의 사회상까지 생생한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커피하우스를 묘사한 문학작품, 커피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작품도 재밌는 읽을거리다. '전 세계 100만 바리스타의 필독서'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커피와 함께하는 즐거운 독서시간을 선사할 책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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