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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100년전 하와이로 건너간 이들의 묻혀버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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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 하와이 한인연구가 로버타 장씨가 수집한 구술자료 엮어 '하와이 초창기 한인사회' 책 펴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노인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과 지혜가 육신과 함께 스러지기 때문이다.

하와이의 한인연구가인 로버타 장씨가 1910년대부터 1930년대에 태어난 하와이의 한국인 이민자 2세대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게 된 배경이다. 그녀는 "많은 이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상황을 지켜보며 모두가 하직하기 전에 그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삶에는 그들이 살아온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고국의 쇠락과 가난에 허덕이던 조선 말기의 몇몇 남성들은 국가가 모집한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노무자에 지원했다. 대부분 홀로 하와이에 온 남성들은 1910년 경부터 오기 시작한 '사진신부'들과 가정을 이루면서 터전을 잡았다. 초기 하와이의 한인사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하와이 이주민 1.5세대 한국인인 차선비의 결혼식 (1925)

하와이 이주민 1.5세대 한국인인 차선비의 결혼식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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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19명의 구술기록에는 그 나라의 언어를 전혀 모르고 아주 다른 인종과 풍토를 가진 나라로 이주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또 이국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 의지하며 사는지, 삶에 대한 두려움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신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국이 어려울 때 어떻게 그들이 굳건히 뭉쳐 고국을 돕는 역할을 하는지, 동시에 지도세력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반목하는지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구술은 사적인 경험인 동시에 한국 역사가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

'구술생애사'는 어떤 역사적 의미로 포장되거나 추상화되지 않고 자신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 기록이다. 그래서 더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대의 영향을 받은 자신의 시각에서 묘사하게 되며, 그렇게 나온 구술 자체가 역사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로버타 장씨가 모은 구술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엮어낸 이선주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는 "이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한 하와이 초기 한인사회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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