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23일이면 이같은 질문에 대한 결론이 내려진다. EU집행위원회가 영국의 유명 음반사인 EMI와 세계최대 음반사 유니버셜뮤직간의 합병 승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EMI는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빨간 상표와 축음기에 귀를 기울이는 강아지 로고로 유명한 기업이다.
EMI의 최대주주인 씨티그룹은 지난해 11월 유니버셜측에 EMI의 음반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버셜은 이를 위해 12억파운드(19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유럽경쟁당국이 양사의 합병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전세계 음반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음반업계 시장 조사기관인 인포마 뮤직앤카피라이트에 따르면 유니버셜의 점유율은 28%다. EMI는 10%로 4위다. 양사 합병시 세계 음반시장의 점유율은 38%로 뛰어 오른다.
하지만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두 회사의 점유율이 50%는 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점유율이 50%며 영국에서도 50%에 근접하는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충분하다.
이에 반독점당국도 양사의 합병이 음반업계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촛점을 맞추고 조사를 하고 있다.
EMI 인수전에 나섰다 탈락한 워너브라더스는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세우며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팔라와 같은 독립 음반사협회도 양사의 합병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빌보드지에 따르면 임팔라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에도 EMI-유니버샬간 합병에 대한 반대의 뜻을 재천명했다.
유니버셜측도 EU의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해외언론들의 전언이다.
유니버셜이 기댈 곳은 음반시장 점유율 2위로 EMI의 저작권부분을 인수할 예정인 소니BMG정도라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한편 EMI 전설적인 영국의 팝 아티스트는 물론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의 음원을 보유한 회사다. 비록 사세가 기울며 팔리는 신세가 됐지만 보유한 음원 자산은 실로 엄청나다.
팝의 경우 비틀즈, 롤링스톤즈, 퀸,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래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등 과거 부터 현재까지 브릿팝을 망라하는 녹음본들이 이 회사의 창고에 쌓여있다.
클래식부문도 뒤지지 않는다. 이 회사는 지금은 유니버셜에 합병된 과거 도이치그라마폰(이른바 노란로고)와 함께 클래식음반계를 양분했다. 1900년대 초반의 역사적인 거장들의 녹음부터 마리아 칼라스, 카라얀은 물론 최근의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부부도 EMI에서 녹음을 했다. 사라장 장한나와 같은 국내 연주자들도 EMI의 빨간 라벨과 함께 전세계 음악애호가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한편 영국인들의 자존심도 상처를 받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비방디라는 프랑스 기반의 미디어 기업 소속인 유니버셜이 영국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음반사를 인수하는 것도 꺼림직해하며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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