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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장롱 속 7억원' 세금을 부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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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회의원이 장롱 속에 7억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여비서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인 명의가 아닌 제3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것은 일단 금융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다.

본인은 돈의 출처가 깨끗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인 명의 은행통장에 넣어둘 일이지 왜 굳이 여비서 명의로 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한 푼이라도 이자를 불릴 생각에 얼른 은행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 분 동생도 서울 강남 어느 땅을 본인 명의가 아닌 아들 명의로 구입해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한다. 형은 금융실명법을, 동생은 부동산실명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니 차마 옆에서 지켜보기조차 민망하다. 지체 높은 분들은 숨길 게 많은 모양이다.
여기서 세법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장롱 속 7억원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지만 같은 7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해선 지나치리만큼 과세 그물망이 촘촘하다. 부동산에 대해선 과세하면서 동산에는 세금이 없다. 왜 그럴까. 그 연유는 우리나라 경제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상품에 대해 비과세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은 투기 방지라는 조세정책 목적으로 이의 취득은 물론 보유ㆍ양도 등 각 단계마다 세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 돈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금융 시장으로 간다. 펀드, 주식, 채권 등이 그것이다. 이들 금융상품에 대해 세금이 적은 것도 큰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같은 재산인데 이를 차별해 과세하는 것은 세금의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고 자금 흐름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모름지기 조세정책은 세법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데 그쳐야지, 정치적ㆍ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면 탈이 나는 법이다.
더구나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면서 전통적인 개념의 동산과 부동산의 구별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좁아졌다. 예를 들어 부동산 펀드의 경우 고객이 은행에서 개설한 펀드에 가입하면 은행은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고팔아 낸 이익 중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준다. 고객은 금융자산인 펀드를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는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동산에 대한 과세 강화를 제안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동산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보통 사람의 자식들이 휴전선을 지켜주는 덕분에 그 장롱 속 돈도 유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동산에 대해서도 취득ㆍ보유ㆍ양도의 각 단계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복지사회 구현에 필요한 재원으로 삼자. 넓은 세원을 굳이 다른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장롱 속을 보면 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가총액이 약 5000조원, 동산은 부동산의 3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관련 세수가 약 20조원이므로 동산에도 세금을 매기면 5조원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얼마부터 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정할까.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자가 직접세 납세 인원의 2% 선인 25만명이고, 이들이 주로 많은 동산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최저한이 5억원, 주택은 6억원(1세대 1주택은 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7억원이 무난할 것 같다. 어디 중산층과 서민들이야 감히 주식이나 펀드로 7억원을 갖고 있겠는가.

이 분처럼 그 정도 돈은 장롱 속에 넣어두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금융 자산가에게는 세금이 부과된들 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정 금액 이상 동산에도 세금을 부과하자. 공정사회나 공생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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