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구 중림동 삼성싸이버빌리지 77㎡형을 1억4500만원에 사들인 차민창씨(46·가명)는 전세를 안고 내집을 마련한 경우다. 이곳의 매매가는 4억1000만원이지만 전셋값은 2억6500만원으로 전세가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차씨는 뚝뚝 떨어지는 매매값과 상승세를 유지하는 전셋값에 결국 전세안기를 결심했다.
반면 매매시장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내수불안 여파로 약세가 계속됐다. 서울시의 뉴타운 재검토 발표는 침체된 시장을 더욱 위축시켰다. 개발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그동안 개발수혜를 기대하며 대기하던 매물은 실망매물로 출시돼 가격 조정이 우려된다. 줄어든 입주물량도 전세난을 예고하고 있다. 2월 전국 입주물량은 1만2315가구로 지난해보다 24%나 줄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1486가구만이 대기 중으로 지난해보다 59%가 급감했다.
전세가 비율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도 전세를 안고 집을 사려는 수요층을 자극했다.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0.2%에 달한다. 전달대비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04년 5월 60.4%를 기록한 이후 7년8개월만에 최고치다.
특히 서울에서 실수요가 선호하는 75~85㎡와 105~112㎡ 아파트를 매입할 때 전세를 안고 구입한다면 초기비용은 각각 평균 1억5000만원, 2억5000만원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75~85㎡의 경우 서울은 평균 매매가(3억5172만원)와 전셋값(2억105만원) 차이가 1억506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할 때 평균 1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서울의 절반 수준이면 전세 낀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평균 매매가(1억9842만원)와 전셋값(1억2485만원) 차이가 7357만원으로 1억원 미만의 초기자본으로 전세 낀 아파트 매입이 가능하다.
105~112㎡ 면적대의 아파트는 서울의 경우 평균 매매가가 5억2684만원, 전셋값은 2억7364만원으로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인 2억5320만원의 초기자본이 필요하다. 경기는 매매가 평균이 3억728만원, 전셋값 1억6891만원으로 평균 초기 투자금은 1억6891만원 수준이다.
이는 1억~2억원의 자금 동원력이 있다면 전세를 안고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이야기다. 전세를 동반하고 1억5000만~2억5000만원 내외로 접근할 수 있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는 강북권과 서남부 지역에 몰려있다. 반면 강남권은 아파트값이 여전히 높아 전세를 안고 매입한다고 해도 자금마련이 쉽지 않다. 경기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신규 공급이 적고 공단, 산업지역 등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가능하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높아진 전셋값은 추후 매매가격을 끌어 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무조건 전세비중이 높은 아파트를 고르기 보다는 교통, 배후 임대 수요 등 기본적인 지역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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