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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한테 재산 다 주고 왜 이혼했나 했더니"

최종수정 2012.01.16 08:56 기사입력 2012.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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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0', 체납은 '3억'" 위장이혼男 공무원에 덜미 잡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난 2009년 7월 홍 모(남. 76)씨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위장이혼이 발각됐다. 공무원들이 홍 씨를 추적한 것은 그가 용인시 신봉동 14개 대지(1만9902제곱미터, 6030평)를 팔아 챙긴 양도소득세(21억원 상당)에 대한 주민세 2억1000만원을 체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부과된 세금을 홍 씨가 내지 않아 그동안 가산금 75%가 붙어 세금은 3억6600만원이나 불어났다. 당시 그는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에 거주하고 있었다.
홍 씨는 문서상 재산은 0원이지만 사실상 위장전입과 위장이혼 등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홍 씨의 체납세금을 징수하기위해 신상부터 조사했다. 홍 씨는 2005년 3월 전 부인 유 모(여 73)씨와 협의 이혼했다. 그의 재산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와 양도를 한 탓이었다.

공무원들은 전부인 유 씨를 주목했다. 유 씨는 서울 논현동에 5층 빌라를 갖고 있고 배기량 4500cc의 에쿠스(2000년 식)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 보험료 계약자는 홍 씨였다. 공무원들이 빌라 인근 금융회사를 조사한 결과 홍 씨는 주기적으로 현금을 입출금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5명은 전 부인의 집을 찾아갔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는 유 씨와 옥신각신한 끝에 경찰과 열쇠전문가를 대동해 수색에 나섰다. 건물 전체는 전 부인의 소유인데 5층 집은 80여 평 규모였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면 4개의 문을 거쳐야 했다. 집에 있던 홍 씨는 방과 연결된 베란다를 통해 집밖으로 빠져나가다 공무원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집안에는 가족사진이 붙어있었고, 홍 씨의 옷이나 소지품들도 고스란히 발견됐다. 이혼을 했지만 사실상 유 씨와 동거하고 있어 가장 이혼이라고 공무원들은 확신했다.

이후 담당 공무원들은 유 씨의 집에 있는 가재도구들과 동산을 압류했다. 이에 홍 씨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압류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 2심까지 가는 소송에서 홍 씨는 결국 패소했고 체납된 3억여원을 토해내겠다고 했다.

이같이 고의성 체납자를 추적해 세금을 물리는 조직이 서울시 '38세금징수과'다. 이곳은 파산과 폐업, 신용불량, 위장이혼 등 다양한 이유로 체납한 이들의 세금을 추적, 징수하고 있다. 체납 소멸시효는 5년이어서, 고의성 체납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5년을 넘긴다면 추징이 불가하다. 하지만 홍 씨처럼 증거를 찾아 체납에 관한 소송이 제기되거나 압류를 당하면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있다.

서울시내 5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와 체납액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2만7000명에 4983억 원 규모에 이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액 지방세 체납자에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는 고의성 체납자들에게서 거둔 세금을 복지 자원에 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무국 내 세무과에 있던 세금징수조직을 따로 분리해 승격, 정원도 26명에서 37명으로 확대했다.

징수과는 세금만 물리는 것은 아니다. 경제능력이 없는 체납자들의 신용회복을 도와 단계별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임원이던 천 모씨(남 60대)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고 지난 1995년 서울 이태원동의 대지와 집을 사면서 내야 하는 취득세 2000만원을 내지 못해 은행거래를 정지당했다.

시는 천 씨 예금압류와 은행거래정지를 풀어주면서, 체납된 금액 5%를 먼저 내게 한다음 48개월간 40만원씩 납부하도록 했다. 다행히 회사사정도 조금씩 나아졌고 천 씨는 세금을 꾸준히 갚았다. 이제 배당금 등으로 밀린 세금을 3개월 정도만 내면 체납자 족쇄에서 풀리게 된다.

권해윤 38세금징수과장은 "체납은 파산과 신용불량, 은닉 등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체납징수가 불가능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면서 "직원 30여명이 약 1000명 이상의 체납자의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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